[사설]버스노선 개편, 승객 입장에서 여론수렴 돼야

2023-08-10     경상일보

버스노선은 인체의 실핏줄처럼 구석구석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울산의 버스노선은 그 동안 노선이 너무 길고 굴곡져 있어 불편이 많았다. 버스를 한번 타면 동네 골목을 돌아 목적지까지 도달하는데 2시간까지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울산시가 내년 8월 개통 목표로 버스노선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 버스노선 개편의 계기는 명촌차고지 준공이다. 현재는 대부분 차고지가 도심 외곽에 있는데, 내년 6월이 되면 도심에 150대 분의 명촌차고지가 준공된다. 이렇게 되면 수십㎞를 넘는 버스노선의 길이가 확 줄어들게 된다. 길고 굴곡진 노선이 짧아지면 승객들의 이용은 당연히 많아지게 된다.

시는 여기다 직행좌석을 증설하고 일정 지역에서 계속 순환하는 일명 ‘다람쥐 노선’도 신설할 계획이다. 다람쥐 노선은 승객의 대기 시간을 줄여 승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다. 실제 서울에서는 다람쥐 노선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울산시는 노선 개편 시 평균 배차 간격이 기존 31분에서 27분으로 4분 감소해 연간 편익이 230억원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용객이 일평균 2만700명 증가하면서 업계의 수익이 늘어 시 재정지원금은 연간 13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버스 노선 조정은 여간 힘들지 않다. 잘 못 조정하면 오히려 승객 불편이 가중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상북면 등억리 영남알프스 웰컴센터~율리차고지까지 왕복하는 304번 버스의 경우 24호 국도를 이용하는데 중간에 천상, UNIST, KTX울산역 등을 거친다. 무거동에서 언양까지 곧장 가면 1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세 곳을 거쳐 나올 경우 1시간 이상 걸린다. 꼭 있어야 하는 노선이지만 승객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UNIST와 천상, 구영, 무거동을 순환하는 새로운 노선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시는 올해 안으로 시의회 의견 청취, 대중교통개선위원회 심의, 포럼, 구군 순회설명회 등을 통해 여론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론수렴이라는 것이 한낱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면 큰 문제다. 버스노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위원회나, 포럼 구성원들이 아니라 직접 버스를 타고 다니는 서민들이다. 자가용 차주들은 모르겠지만 서민들에게 버스 노선 개편은 삶의 패턴이 바뀌는 큰 변화다. 뻔한 절차 보다는 보다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