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모래로 쌓은 도시, 모래 고갈로 위기
산업화가 진화할수록 편리한 세상속에서 살아가게 되고 사람들은 더욱더 그 편리성을 추구하고 누리고자 한다. 건설산업은 이 편리한 생활을 누릴수 있도록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산업이다. 얼마 전 여러 가지 악재로 인해 철강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공사가 중단되고 공사비용의 증가로 공사기간도 덩달아 길어지면서 주택조합·시공사·분양받은 사람들 모두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현상을 모두 봤을 것이다. 이처럼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우리 삶에 직접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현상들이 점점 더 많아 진다.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저평가 되고 있는 원자재 중 하나는 바로 모래이다. 우리 사회는 사실상 모래 위에 세워져 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가장 많이 소비되는 원자재가 모래이며 그 만큼 필수적인 재료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건물, 도로, 교량 등 콘크리트가 들어가는 곳이라면 당연히 사용되며, 심지어 유리나, 핸드폰, 반도체를 생산하는데도 모래가 사용된다.
모래를 고갈시킨 주요 원인으로는 급격한 도시화를 꼽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화율은 90%를 넘어섰고, 전세계적으로도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 도시화율이 급증하는 나라들에서 콘크리트 사용량이 엄청나게 급증하고 있고, 섬하나가 통째로 한 국가의 도시로 형성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전세계가 모래 수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갑자기 등장한 초현대적인 도시 두바이는 부르즈 칼리파, 팜주메리아 인공섬, 인공분수 등 도시 조성에 필요한 콘크리트용 모래는 모두 호주에서 수입을 했다. 사막에 둘러쌓인 나라에서 모래를 수입해 도시를 세운 일은 참 아이러니할 수도 있다.
모래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이 수요를 충당할 만큼의 공급이 줄어들고 있어 심각한 공급 부족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막이나 바닷속, 해안가처럼 모래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모래 입자의 모양이나 크기, 경도에 따라 쓰임의 종류가 나뉘는데 사막의 모래는 너무 오래 침색이 되어 표면이 매끄럽고 둥글기까지 해 건설용으로 절대 사용할 수가 없다. 해사는 모래에 염분기가 많아 이를 여러번 세척해야만 건설자재 용도로 쓸 수가 있다. 반대로 최고의 순도를 자랑하는 실리콘(규소-모래)은 반도체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모래가 많다고 하더라도 건설자재나 각각의 쓰임 용도에 맞는 모래는 한정적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매년 500억t에서 600억t의 모래가 채굴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강들이 1년간 운반하는 토사량의 2배 수준인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사라지는 모래의 양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에 고갈되고 있는 모래를 확보하기 위해 나라 간 모래 쟁탈전이 발생하고 있고 ‘모래 마피아’ 라는 조직들이 생겨나며, 관련인까지 살해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모래를 이용해 주변국들과의 외교적으로 우위를 점하기도 한다.
이대로라면 국내에서도 자원이 고갈되어 수십 년 후에는 모래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일이 발생한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모래를 채취하는 양보다 사용되는 양이 더 많다. 심지어 골프장이나 해수욕장에 있는 모래들은 외부에서 거꾸로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다. 바닷모래를 무분별하게 많이 채취한다면 해안가가 계속 침식돼 자연재해 피해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또 강이나 하천의 자갈과 모래가 없어진다면 다리나 제방 붕괴 등 홍수의 위험성이 증대된다.
이에 심각성을 느끼고 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폐자재를 재사용하는 기술적인 대책을 연구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강화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나 범위를 사전에 예측해 무분별한 채굴이나 개발행위는 금지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이 더 편리해지고 지속되어 후손들도 이를 누리기를 바란다면 모래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박석동 태현건설 전략기획실장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