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상호시장진출제 2년, 전문건설업계 ‘비명’
정부가 종합·전문 건설업 업역 규제를 폐지해 상호 시장 진출을 허용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이 제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한전문건설협회 울산시회는 울산상공회의소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건설업 상호시장진출제는 전문건설업계에 불리하다 못해 벼랑끝으로 내모는 제도”라며 “전문건설업계를 위한 보호구간 마련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2020년 12월 전문건설업 내 업종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향으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종전에 종합공사는 종합건설업체가, 단일(전문) 공사는 전문건설업체가 맡아왔으나 업역 폐지로 종합·전문 공사 간의 상호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이를 두고 전문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대규모 공사를 시공하는 종합업체가 소규모 전문공사 시장까지 진입해 일감을 빼앗고 있다며 불만이 제기돼왔다.
실제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조사한 지난해 상호시장 진출 공사 수주 현황에 따르면 종합건설사가 따낸 전문공사는 2958건에 1조2985억원인데 반해 전문건설업체들은 689건에 3895억원의 종합공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에 전문건설업계는 상호시장 진출로 건설업 업역이 무너진 뒤 종합건설사업자 우위의 수주환경이 조성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17~24일 종합·전문 건설업체 기업인 101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건설업체 대표 84.2%는 상호 시장 진출 허용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 전문업체 건설인은 87.3%, 종합업체 건설인은 77.0%로 전문업체가 종합업체보다 더 부정적으로 제도를 평가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15.0%에 그쳤다.
상호시장진출 허용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으로는 ‘전문공사의 시공 자격을 종합건설업체에 부여한 점’(29.6%), ‘전문 건설업체의 종합공사 시공 자격을 제한해 전문 건설업체들의 종합공사 진출을 어렵게 한 점’(26.4%), ‘입찰 경쟁도가 과도하게 증가한 점’(21.8%)이 주로 꼽혔다.
응답자 중 83.3%는 향후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8.9%, 현행 유지는 7.1%였다.
조현철 대한전문건설협회 울산시회 회장은 “전문·종합 건설업의 상호시장 진출로 인해 전문건설사는 수주 물량 감소는 물론이고 업역 침해, 종합공사 진출 제한 등 심각한 수주 불균형으로 생존의 위기에 놓여있다”면서 “국토부에서도 공사예정금액 2억원 이상 3억5000만원 미만 전문공사 발주시 종합건설사업자의 원도급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그마저도 올해 말 만료됨에 따라 영세 전문건설사를 위한 보호구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건설업계의 주춧돌이라 할 수 있는 전문건설업계가 무너지면 우리나라 전체 건설업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고, 전문건설업계를 위한 보호구간 마련 등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