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에 갇힌 울산 석유화학업계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데다, 수요부진과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시황에 민감한 울산지역 석유화학업계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석유화학업계 불황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에 영업손실 770억원을 기록하며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작년 2분기부터 5개 분기 동안 쌓인 적자 규모는 총 9485억원에 이른다.
석유화학 제품 수요 부진으로 판가가 내려 재고평가손이 증가한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 초부터 유가가 내리면서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유가 하락에 주요 원료인 나프타 투입 가격이 하락했고, 이에 따른 역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로 2분기에 발생한 손실 규모만 총 1120억원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 최적화와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섰다.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고, 원료 경제성 확보 등에 힘쓰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2분기에 영업이익이 107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9.5% 감소했다. 합성고무, 합성수지, 페놀유도체 등 대부분 사업 부문 실적이 부진했다.
특히 주력 제품인 위생장갑 소재 NB라텍스의 경우 수요 약세로 판매량이 줄었는데, 시장 내 공급업체 경쟁은 심해져 수익성이 나빠졌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에도 제품 시장가 약세와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고부가 제품 판매로 수익성 하락을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에 주력생산공장을 둔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보다 79.1% 급감한 4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방산업 수요 부진 여파로 가성소다와 폴리에틸렌(PE) 등 주요 제품 수익성이 악화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업체 수익성의 가늠자인 ‘에틸렌 스프레드’가 여전히 부진한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어 석화업체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수요 침체에 중국 등 글로벌 화학 설비 신증설 지속에 따른 공급과잉도 맞물려 당분간은 석유화학 업황 전망이 어두운 상황이다.
한 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석유화학 시황 반등 시점 예측은 다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