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생존을 위한 수영

2023-08-16     경상일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세월호 사건 이후 3~6학년을 대상으로 한 생존수영 수업이 학교에 들어온지도 어느덧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형태가 변화해 이동식 수영장을 학교에 설치하고 그 안에서 학생들은 매년 생존수영 수업을 받는다. 생존수영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춘 강사가 와서 수업을 진행한다. 강의를 참관하면서 곁눈질로만 배워왔던 수업을 ‘직접 체험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매년 방학때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생존수영 연수가 있다. 필자 역시 이번 여름에는 꼭 생존수영 연수에 참여하고 싶었다. 학생들의 생존을 위한 그리고 나를 위한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침 한국체육교육진흥회에서 실시하는 생존수영 연수가 있어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국 단위의 연수이기 때문에 해양경찰교육원에 위탁해 연수가 진행됐다. 연수를 위해 울산에서 여수까지 길을 떠났다. 가는 길부터 난감했다. 하필이면 태풍이 올라와 여수까지 4시간이 넘게 걸렸다. 첫날은 이론 수업과 수영장에서의 실습 강의가 이루어졌는데 통영에 태풍이 상륙하는 바람에 6시부터 모든 수업이 정지되고 생활관에서 갇혀 다음 날 아침까지 대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수업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어쩌나 전전긍긍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이튿날 수업이 조금 늦게 시작되었다.

이튿날에는 모의 선박 탈출 실습이 있었다. 50도가 넘게 기울어지는 모의 선박 안에서 몸을 가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실제 배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이어지는 수영장 실습은 수중에서 다양한 생존수영 방법으로 이동하기, 구명조끼 착용, 다수자 해상 생존, 종류별 부력도구 체험 및 구조 등에 대해 체험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수자 해상생존이었는데 3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린 후 다른 선생님들과 팔짱을 끼고 누워뜨기 자세를 유지하며 모여있는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해 7m 깊이의 물 위에서 떠 있으니 왠지 모를 동지애를 느끼게 되었다.

3일간의 생존수영 연수만으로 비상시에 학생들과 나의 목숨을 완벽히 구해낼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진 않았다. 그러나 매년 반복적으로 연수에 참여한다면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예방하거나 큰 일이 닥쳤을 때 당황하는 일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연수가 매년 있었으면 좋겠다. 학생들의 수업만큼이나 교사의 역량 강화 역시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단아 울산 화암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