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늦반딧불이를 만나러 가는 길

2023-08-17     경상일보

맴~~~하고 지속적으로 울리는 말매미의 외침을 듣는 시기다. 매미 종류들은 눈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소리를 듣고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한낮에는 매미들의 외침이 강하게 들리는 이 시기에 말매미와 더불어 가끔씩 참매미의 맴 맴 맴~~~소리가 들리면 아직은 계절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늦은 밤에 들려오는 풀벌레의 울음은 변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8월 중순을 지나 말경에 이르면 늦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3종류의 반딧불이 중에서 일년 중 가장 늦게 빛을 내는 반딧불이가 늦반딧불이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개체이기도 하다. 개체 수와 서식지로는 여러 곳이 있다. 일반적으로 늦반딧불이는 해가 진 다음에 약 한 시간 정도 후부터 빛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 여러 차례 서식지 조사를 했는데 조금 더 일찍 해진 후 40분 정도면 한 두 마리 날아가는 반딧불이의 빛을 볼 수 있다. 애반딧불이의 경우 완전히 어둠이 찾아와야 볼 수 있지만 늦반딧불이는 어슴프레 어두워지면 빛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빛을 밝히는 시간에 있다. 해가 진 다음 약 한 시간 후부터 한 시간 정도만 빛을 낸다. 빛을 내는 시간이 1시간 전후이기 때문에 개체를 찾기가 조금 어렵다. 울산 지역은 늦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이 17군데(2020년 반딧불이 서식지 조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서서히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늦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곳은 개울 주변이나 산기슭의 습기가 많은 지역이다. 늦반딧불이 애벌레의 먹이가 달팽이나 민달팽이 종류이기 때문이다. 애벌레들은 이들을 먹이 삼아서 성장을 하고 번데기로 변신을 한 후 성충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성충의 수명은 15일 정도이고 이슬을 먹는다. 성충은 8월 중순경부터 9월말까지 볼 수 있는데 애벌레의 빛은 그 전에도 볼 수 있다. 늦반딧불이의 빛은 애벌레나 성충이나 똑같이 지속형의 빛을 낸다.

임도, 산길, 농로 등을 걷다 보면 어둠속에서 점으로 보이는 하얀 빛이 애벌레이다. 실제로는 노란빛이 강하지만 하얀 점으로 보이는게 일반적이다. 빛을 보고 애벌레의 모습이 궁금하면 잠시 후레쉬를 사용해서 비춰보면 빛이 있던 그 자리에 가만히 자리하고 있다. 때때로 먹이 활동을 하는 애벌레도 찾아볼 수 있다. 늦반딧불이 애벌레도 독침을 가지고 있다. 달팽이류의 살에 독을 주입해서 마비를 시킨 뒤 먹이 활동을 한다. 가을 저녁의 풀벌레 소리는 자연이 주는 오묘함이 있다. 때로는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계절에 하늘을 가르는 늦반딧불이 빛의 신비로움을 경험해 본다면 우리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빛으로 만들어내는 자연의 곡선을 연이어 보면 어느샌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김강수 별빛반딧불이복원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