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CEO포럼]여성인권과 성평등

2023-08-17     경상일보

한국 여성은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문화 아래 ‘가사’와 ‘돌봄’을 주로 담당해 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부분의 여성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사회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직장은 남성 중심의 일터이며, 여성의 경제활동은 매 순간이 순탄치가 않다. 남녀 간의 임금격차와 유리천장 문제뿐 아니라 여성 근로자의 임신은 권고사직의 또 다른 이름이며, 육아 휴직은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 가는 지름길이 되곤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여성 인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 인권에 대한 논의는 근대 이후 발전된 개념으로 시민권 또는 정치적 권리로서의 여성 인권과 경제·사회적 권리로서의 여성 인권으로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용, 교육, 평가, 배치, 승진, 보상 등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성차별은 여전히 법률적 보호가 미비하고, 관행처럼 이어지는 요인들이 많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선 여성 근로자의 직급은 성차별 인식에 크게 의미 있지는 않고 여성의 경우 학력이 높을수록 성차별적 인식이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곧 학력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에서, 학력은 곧 잠재적 능력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저학력 여성이 고학력 여성보다 성차별이 상대적으로 심각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학력 중심의 경력관리에서 벗어나 직무능력 중심으로 여성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여성 근로자의 자녀유무는 성차별 인식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에 가족의 지원을 많이 받을수록 성차별을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여성 근로자들이 성차별을 느끼는 문제는 자녀의 유무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가족에게 정서적, 물리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가족 내 분위기가 전통적 성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평등적 가정이라 예상해 볼 수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에 대한 가정과 사회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실제 남성들의 행동에는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고려하면 남성 근로자들의 조직 내외 인식 및 태도에 궁극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조직적 사회적 국가적 프로그램의 마련이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육아 휴직과 유연근무제와 같은 가족친화제도를 남성들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이끈다면, 조직 내 남성 근로자들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들이 ‘여성’에게만 적용된다는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 ‘육아휴직 남성 할당제’와 같은 적극적인 시스템의 도입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직속 상사와 최고 경영자의 성인식이 높을수록, 여성 근로자들은 성차별을 약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와 차별의 주체가 되는 직속 상사 및 최고 경영자의 역할은 여성 근로자들의 성차별 인식에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는 조직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심리 태도를 좌우하는 중요 영향요인으로서, 남성 근로자들은 ‘임금’과 같은 경성적인 요인에 크게 반응하는 반면, 여성 근로자들은 ‘관계’와 같은 연성적인 요인에 크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들과도 그 맥을 함께 한다. 특히나 직속 상사의 공정한 성인식은 여성 근로자에게 조직 내외에서 겪는 많은 어려움에 대해서 공감 및 배려받고 있다는 인식하게 만든다. 또한 조직의 최고 경영자가 여성 친화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조직 내 여성을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서 인식하게끔 하는 문화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여성 근로자가 성차별을 덜 느끼게 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보면 여성 근로자의 성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제도적 차원의 해결 방법도 중요하겠지만, 상사와 경영자의 인식개선 노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에 조직적, 국가적 차원에서 조직 내 경영자들에게 여성인력의 중요성과 올바른 성인식을 확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식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김준수 제일병원 기획이사 본보 차세대CEO아카데미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