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의 反求諸己(67)]교묘한 속임수가 서툰 성실보다 못해
위(魏)나라 문후(文侯)가 악양(樂羊)을 장수 삼아 중산국을 공격할 때였다. 당시 악양의 아들이 중산국의 관리로 있었다. 이에 중산국의 왕이 그 아들을 인질로 삼고 공격 중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악양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했다. 화가 난 중산 국왕은 그 아들을 죽여 머리와 몸뚱이로 국을 끓여 악양에게 보냈다. 악양은 태연하게 그 국을 들이켜고는 흔들림 없이 공격해 결국 중산국을 함락시켰다. 이에 문후가 악양을 칭찬하며 “악양이 나 때문에 자식까지 먹었군”이라 하자, 도사찬이라는 신하가 “자기 자식까지 먹는 사람이 누군들 못 먹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문후는 악양의 공을 치하하고 포상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그를 의심했다고 한다.
노(魯)나라 맹손(孟孫)이 새끼 사슴 한 마리를 사로잡아, 신하인 진서파(秦西巴)에게 그 사슴을 끌고 오도록 했다. 돌아오는 길에 어미 사슴이 슬피 울며 따라오자, 진서파가 이를 견디지 못하여 그 새끼를 놓아주었다. 이에 크게 노한 맹손이 진서파를 내쫓아버렸다. 석 달이 지난 후 맹손은 진서파를 다시 불러 아들의 스승으로 삼았다. 맹손의 마부가 의아해 물었다. “지난번에는 그에게 죄를 물어 내쫓으시더니 지금 다시 그를 불러서 아들의 스승으로 삼으신 것은 어째서입니까?” 맹손이 말하였다. “사슴 새끼에게도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였는데, 내 아들에게 함부로 하겠느냐?”
<한비자> ‘설림(說林) 上’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를 두고 한비자는 ‘교묘한 속임수는 서투른 성실보다 못하다(巧詐不如拙誠)’라고 했다. 악양은 충성을 과시하기 위해 자식의 고깃국까지 먹어치우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으나, 인륜에 벗어난 그의 행동은 오히려 의심을 사는 빌미가 되었다. 진서파의 어진 행동은 당장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으나 결국은 좋은 결과를 낳았다. 지금 세상에 교언영색이 넘쳐난다. 공자는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히 꾸며서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을 가진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이 드물다고 했다. 사람의 사귐은 물론 크고 작은 리더들이 사람을 쓸 때 꼭 필요한 이야기이다.
송철호 인문고전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