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서이초등학교 사건과 교권보호 방안

2023-08-21     경상일보

지난 달 서울 서초구의 서이초등학교에서 23세의 젊은 교사가 학교 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보도되자, 전국적으로 추모의 열기가 일어났다. 학교로 찾아오는 추모객, 학교로 배달된 조화가 긴 행렬을 이루었고, 온라인 상에도 수만명이 추모의 글을 올렸다. 그리고 전국의 전현직 교사들 및 예비교사들은 매주 주말 추모집회를 열고 교권보호를 외치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집회 참여자는 3만~4만명을 넘어섰고, 지난 주말 집회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연맹), 좋은교사운동, 실천교육교사모임,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6개 교원단체도 참여했다. 교원단체들의 요구 사항은 주로 ‘교원의 생활지도는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점’을 법에 명시할 것,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제도를 마련해 줄 것, 교육활동 방해 학생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줄 것 등이다.

14일 발표된 경찰의 서이초 사건 수사결과는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의 범죄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지만, 이같은 추모 열기와 대규모 집회를 보면, 오늘날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은 정도를 지나쳐서 민원이라기보다는 행패에 가깝고, 해당교사가 혼자서 그런 민원을 감당해 나가기는 너무 버거우며, 악성 민원의 처리를 더 이상 해당교사에게 미룰 수 없다는 점을 거의 모든 교사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동안 우리는 기존의 권위주의적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며 아동학대를 없애는 쪽으로 주력했고, 그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국면은 일부 문제 학생으로 인한 교육활동의 방해와 다른 선량한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많은 젊은 교사들이 교총도 아니고 전교조도 아닌 교사연맹에 가입하고 있고, 교사연맹은 정치적인 주장을 되도록 배제하고 학생도 보호하면서 교권도 보호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그런 방향전환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같은 사정 하에 교육부에서도 14일 ‘교권회복 및 보호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마련해 공개했다.

시안에서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신고를 방지하고, 아동학대로 조사나 수사를 받으면 교사를 바로 직위해제를 하던 관행도 없애며, 오히려 조사주체나 수사주체로 하여금 교육청의 의견을 먼저 청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즉시 교사와 학생을 분리하고,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로서 전학·퇴학 조치 등을 받은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생활기록부에 해당 사실을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교사가 학생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범위와 방식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고시안을 마련해 이번 2학기부터 시행하며, 악성민원에 대한 대응을 해당 교사에게 맡기지 않고 각급 학교에 학교장 직속으로, 교감·행정실장·교육공무직이 포함된 5명 정도의 민원대응팀을 만들어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교육부의 시안이 나오자, 교원단체들은 대부분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각급 학교의 민원대응팀에 대해서는 일제히 개선을 요구했다. 학교에 민원대응팀을 설치하더라도 피해 교사가 직접 대응하는 것 못지않게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고, 행정실장이나 교육공무직 등의 참여로는 민원인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교육청이 1차 대응, 학교 관리자가 2차 대응, 담당 교사가 3차 대응을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학생생활기록부에 교권침해를 기록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교원단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교육부의 시안은 앞으로 여러 토론 과정을 거쳐서 확정이 되겠지만, 이번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의 인권보호에 소홀함이 없으면서도 일부 문제 학생의 교권침해나 무분별한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대응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울산교육청이 이번 달부터 변호사들로 구성된 ‘교육활동보호법률지원단’을 꾸려 교권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한 것도 잘 한 조치이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