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재건축·재개발사업 현주소는]과도한 기반시설 기부채납 개선을

2023-08-21     차형석 기자

재건축·재개발사업 현장에서는 지방정부의 과도한 기반시설 기부채납(공공기여)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반 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 법 개정 및 제도 정비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인허가 기간 단축과 용적률 완화 등 행정적 지원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부채납 개선 및 기준 명확히

울산 중구 복산동 B-05 재개발사업 조합 관계자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초등학교는 물론 경찰 지구대, 도로 등을 지어서 기부채납해야 하는 등 기부채납 비율이 너무 과도한 면이 있다”면서 “이러다보니 조합 개인 분담금이 늘어나게 돼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05 조합뿐 아니라 대부분의 울산지역 재건축·재개발사업 현장은 이 같은 획일적인 기부채납 비율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과도한 기부채납은 사업성을 악화시키고 결국 정비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획일적인 기부채납을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결핍시설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기부채납에 따른 용적률 완화 및 건폐율 인센티브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용적률 완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실제 최근 울산시의회에 열린 재건축 정비사업 의견 청취 간담회에서도 용적률 완화에 나서달라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김종훈 울산시의원은 “울산은 공동주택 재건축 시 용적률 등 주로 면적 기준으로 검토되지만 타 지자체 경우 도로 폭과 사회기반시설을 고려해 용도 변경을 검토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울산의 용적률로는 사업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경직된 용적률 및 용도변경 기준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재개발사업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해 재개발 권리산정일을 앞당기는 조례를 제정할 필요성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울산시는 창의적인 건축물과 도시 경관 창출을 위해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을 위한 용역’ 추진하고 있다.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법 등 일부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함으로써 용적률 완화 등 사업 추진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법 지방 현실과 동 떨어져

한삼건 울산대학교 명예교수는 “도정법은 제정 당시 서울 등 수도권의 상황에 맞춰져 울산 등 지방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우선 사업성 부분에서 대규모로 사업이 이뤄지는 서울은 개발 전후로 수익성이 높고 기대가 큰 반면 울산은 그렇지 않다. 또한 현재의 정체된 인구 및 경제 상황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정비구역도 건물 노후화 등 시급성과 필요성을 따져 지정해야 하는데, 무분별하게 많이 지정하다보니 물리적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 정부도 경험이 없다 보니 시행착오나 각종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 변화된 상황에 맞춰 꼭 필요한 지역에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정비되어야 하고,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정규 동의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의 부동산 경기 등 주택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사업 진척도가 떨어지고 공사비 인상으로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거나 사업이 진행되는 곳도 조합과 시공사 간 추가 분담금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며 “여기에 울산은 상대적으로 분양성은 더 떨어지는 등 복합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더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지자체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뒷짐을 지고 있을 게 아니라 노후 주거환경 및 도심 정주환경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관여할 당위성이 충분히 있다”면서 “우선 서울처럼 인허가 과정을 4~5년에서 1~2년으로 단축시킬 필요가 있다. 또 사업성 높이기 위해 용적률을 완화하고 고도제한을 풀어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차형석·정혜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