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로컬을 위한 제언
글로컬이라는 용어의 이면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K-컬처의 세계화 현상에 대한 경험이 자리잡고 있다. 무역입국이라는 오랜 표어가 현실화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문화적 개방성이 내부의 문화적 전통과 개척, 도전 정신과 어우러졌을 때,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는 K-컬처의 세계화, K-시리즈의 국제적 영향력 확산 과정이 잘 보여준다.
글로컬 30 선정이라는 과제는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라는 현상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고, K-컬처 4.0, 5.0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이걸 준비하라는 것이다. 당연한 사회적 요구이기도 하다. 대학은 이런 사회적 제안과 필요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
조만간 한국사회는 평균 기대수명이 100세를 돌파할 게 확실하다. 일본의 경우, 1950년대 출생자 평균 기대수명이 115세에서 120세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60세 이전 은퇴 요구를 받는 한국의 직장인은 이후, 살아온 만큼 살아야 된다. 국가에서 퇴직 연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여력의 한계를 보일 게 뻔하고, 후세대의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결국 인생 이모작, 삼모작이라는 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은 이런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응답해야 한다. 전문 인력 양성 외에 평생 교육이라는 개념을 적극 도입하여 이모작, 삼모작을 준비하려는 시민의 교육도 담당해야 한다. 투-트랙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사회 현상 대응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글로컬 대학은 시민의 평생 교육을 위한 별도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울산대학교와 울산시 역시 이런 부분에 주목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는 인문학을 지성과 교양을 위한 학문 체계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화산업의 생산력과 파급 효과가 확인되는 지금 이공계 중심 생산체계에서 벗어나는 시각의 교정이 필요하다.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가 생산되고 있지만,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순회공연이 만들어낸 스위프트노믹스라는 미국의 신조어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소프트-파워의 파급력은 기존의 인식과 통계를 뛰어 넘는다.
K-컬처 산업 인재 양성 시스템이 도입되고 가동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인문학 트랙의 재편일 수밖에 없다. 울산의 경우에도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에 바탕을 둔 문화산업 기획, 생산, 유통 시스템 운영의 출발역은 울산대학교 인문학자들이 설치하고 가동시켜야 한다.
글로컬 대학 운영의 핵심은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연계망 설정이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주요 기관이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여야 한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과의 업무 양해 각서 체결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사실상 기획, 운영 단계부터 하나의 기관처럼 업무를 공유해야 한다.
특별히 글로컬 대학의 도서관은 지역사회 모든 구성원을 위한 도서관으로 변신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 중소규모의 도서관과 운영 시스템을 통합하고, 실제 가동도 그런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울산의 경우, 울산대학교 도서관은 국내 주요대학 도서관 장서량을 고려할 때, 90만권에 불과한 장서를 아날로그 150만, 디지털 150만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도서 확충을 하는 한편, 디지털과 아날로그 기능이 통합된 제3도서관 건립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울산시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전문 교육과 평생 교육 기관으로 거듭 날 울산대학교는 이런 확대된 도서관 기능을 통해서도 지역사회와 협업 공유가 가능하다는 걸 내외에 보여 주어야 한다.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