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폭염 속에서 살아남기
오늘은 처서(處暑)이다.
모기 주둥이가 무디어지고 선선한 가을이 가까워진다는 절기가 왔으나 무더위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매미들도 괴로운지 짝을 찾는 막바지 세레나데로 악을 쓰고 울어댄다.
보름 전에 입추였고 6호 태풍 카눈이 폭염을 조금 훑어가는 듯했으나 세상의 뉴스들은 다시 찜질방이 되어버린 지구촌의 가마솥더위를 보도하고 있다.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이열치열(以熱治熱)’하다가는 열사병에 걸릴 지경이니 철 지난 이 단어는 이제 지구상에서 용도폐기해야 할 지경에 온 것 같다.
지구가 끓어오르고 있다.
지난 8월3일에는 겨울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온이 30.1℃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때아닌 홍수와 폭염과 이상기온, 게다가 지구촌 전체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의도 면적의 약 60배에 달하는 규모가 탔다는 캘리포니아 산불이나, 하와이의 재해 소식이 들려온다. 올해 들어 캐나다에서 수개월 간 지속된 산불로 인해 2억9000만t의 탄소가 배출돼 이미 캐나다 연간 최대치의 두 배, 전세계 배출량의 4분의 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말라야 만년설이나 북극의 빙하도 급격히 녹고 있다 하니 지구의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이 되고 말았다. 온실가스와 관련해 긍정적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엄청 어려운 일이 된 듯하다.
가마솥더위에 아스팔트 위에서 계란프라이를 실험해 보이던 기자의 보도는 옛 추억이 되고 열섬, 불볕더위, 한증막, 열대야, 짜증지수, 울화통, 온열질환 등으로 대변되는 탄소 비상시국의 적나라한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만들어내는지를 양으로 표시한 것을 가리켜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고 한다
모 금융사의 연구발표에 따르면 커피 한 잔이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21g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메일을 보내면 4g, 심지어 인터넷 검색을 하는 데에도 0.2g이 발생한다고 하니 사실 모든 인간 활동은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 없는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를 유지하고 정보를 사용하는 데 일정량의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데는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 2006년부터 옥스퍼드 사전에서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이란 단어가 본격 사용되었으나 우리는 그간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다. ‘탄소 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의 추가적인 온실가스를 방출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가깝게는 가정의 음식물쓰레기 배출에서 공장의 생산활동, 운송수단, 산업화된 농업 활동, 축산업까지 모두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한다. 이를 인식한 세계가 2050년까지 국가 단위의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을 선언한 바 있다.
우리는 스스로 지나온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 내가 찍어온 발자국 속에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해 왔는지 성찰해야 한다. 자원 낭비, 에너지 낭비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깊게 남긴 탄소발자국을 지우도록 조그만 것부터 실천해야겠다.
전문가들은 탄소발자국을 줄일 방법으로 실내 적정온도 유지, 절전모드 사용하기, 완충된 충전기 뽑기, 화면 밝기 줄이기, 소등하기 등 작은 실천사항을 제안한다.
그간 말로만 해오던 ‘작은 절약’의 실천이 우리가 인류의 공멸을 막고 폭염 속에서 살아남는 첫걸음임을 뼛속 깊이 인식할 때가 아닌가 한다.
권영해 울산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