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지역 공무원 악성민원에 시달린듯

2023-08-23     박재권 기자
울산 울주군청 소속 공무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본보 8월22일자 6면)된 것과 관련, 해당 직원이 최근 반복적인 악성 민원으로 업무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시를 비롯해 구·군별로 공무원들을 위해 제정한 보호 및 지원 조례가 사실상 유명무실해 실질적인 업무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군에 따르면, 행정직인 A씨는 지난해부터 농어촌 불법 민박업이 이슈화되자 이를 합법화 시키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악성 민원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가 심해 가족들에게 직업 변경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공무원들은 일부 민박 업주들이 민박 영업 중단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A씨가 소속된 부서를 수차례 방문하거나 전화로 항의하는 등의 민원을 이어갔다고 입을 모았다.

구·군청 민원실의 경우 민원인이 방문 시 바디캠을 착용한 뒤 이를 고지하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사무실까지는 아직 바디캠 보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비상벨 설치나 안전 요원 배치 등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이 정당한 업무 이행에 대해 민원인에게 당당하게 대응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21년 이후 시를 비롯해 구·군별로 ‘민원 업무 담당 공무원 등 보호 및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에는 공무원 등이 민원 업무 처리 과정에서 민원인의 폭언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피해의 예방이나 치유가 필요할 경우 심리 상담, 의료비, 법률 상담 및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작 피해가 발생해도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해야 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업무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있어 일선 공무원들이 보호받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반복적인 악성 민원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에서 형사 고발을 하거나 법률적인 대응을 해 직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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