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 팔아서 되나요…‘진화하는’ 동네서점
지역 서점들이 전국 유통망을 가진 대형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서도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문을 여는 동네 서점들이 있다.
24일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03년 125곳에 이르던 울산지역 서점은 2013년 79곳으로 뚝 떨어졌고, 2015년 71곳, 2019년 69곳, 2021년 73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울산시 인증을 받은 지역 서점도 70곳으로 지역 서점은 숫자는 최근 수년간 보합 추세다.
울산시는 인증을 받은 지역 서점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입찰 기회를 보장하는 등의 시책을 펴고 있지만, 서점들의 생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작가와의 만남과 북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하며 동네 사랑방으로 탈바꿈하는 서점이 하나둘 생겼다.
울산 중구 중앙동에 자리한 책방 ‘파밀’은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임은영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이다. 지난해 문을 연 ‘파밀’은 소설을 중심으로 한 문학분야 책을 소개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기도 한다. 오는 10월에는 소설가 권이항 작가를, 11월에는 이화정 작가를 초대해 독자들과 ‘소설 창작’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또 서점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10회차에 걸쳐 짧은 소설을 함께 써보는 수업도 하고 있다. 수업의 결과물로 탄생한 예비 작가들의 짧은 소설을 모아 책도 펴낼 예정이다.
남구 삼호동 ‘독자 서점’은 지난해 초 문을 열었다. ‘독자 서점’에서는 사진, 건축, 디자인 주제의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소개한다. 책방은 울산을 비롯한 인근 지역 사진작가들의 전시를 열기도 하고, 사진 관련 책을 펴낸 작가를 초청해 독자들과 함께하는 ‘북토크’ 행사도 마련한다.
남구 신정동의 ‘꽃집 오월 그리고 책방’은 꽃집을 겸해 지난 2021년 문을 연 책방이다. 음악·미술 등 예술분야와 고전 문학분야 책들을 골라 큐레이션하고, 연간 2차례가량 작가들과 독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북토크 행사도 연다. 지난 6월에는 김영희 작가가 참여했고, 지난해 말에는 이병률 시인이 책방을 찾아 독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역 서점 관계자는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고 대형 온라인 서점 등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지역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동네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책을 매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