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우리 교실을 위한 여섯 개의 제안

2023-08-25     경상일보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지 벌써 한 달이 되었지만, 아직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일선 초등학교 여교사의 죽음을 우리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며 안타까워하며 분노하면서 어찌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지 고민하며 참담한 심정입니다. 그런데 학교폭력 등으로 아이들과 교사를 상담하고 치료하는 필자는 그리 충격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교 교사들이 저에게 오셔서 하소연하며 죽고 싶다는 경우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극단적 선택을 할 것 같아서 조마조마한 선생님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배우며 성장하기에 최악의 교육환경이고 교사가 아이를 가르치기에 정말 열악한 여건입니다.

상담하고 너무 걱정되어서 달래며 꼭 우울 치료 약을 먹자며 설득하는 제가 옆에서 본 우리나라 교실의 실태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선생님들이 담임을 맡기 싫어합니다. 업무가 너무 많고 학부모를 상대해야 하는 것을 꼭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교실의 분위기를 해치는 아이들이 최소한 10%는 됩니다. 교사가 지도하지만 자신을 우습게 여기며 대드는 제자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습니다. 이런데도 학부모는 자기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기보다는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를 꼬투리 삼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을성이 부족한 요즘 아이들은 교실에서 그 누구든 또래 갈등이 생깁니다.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학부모가 있지만, 대개는 수시로 전화하고 갑자기 찾아와서 자신의 감정만 쏟아붓고 악성 민원을 넣으니, 불안신경증과 우울증으로 치료받는 담임교사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교권확립이 절실합니다. 6가지를 제안합니다. 1.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아동복지법의 아동학대 조항을 수정해 무고성 민원의 소지를 없애야 합니다. 2. 학교폭력으로 인해 학부모, 학교 갈등이 첨예화되며 교권이 추락하니 전담부서를 강화해 담임교사의 학교폭력에 대한 업무를 크게 줄여야 합니다. 3. 학부모가 느닷없이 찾아와서 선생님의 업무와 교권을 흔들지 않도록, 면담은 일원화된 창구를 통해 예약한 후 하도록 시행령으로 정해야 합니다. 4. 교장 등 학교관리자로부터 교사가 갑질을 당하면 조사해 보호하고 해결해주는 기존의 시스템이 좀 더 평교사 위주로 강화되길 바랍니다. 5.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정신교육이 필요합니다. 정기적으로 교육과 간담회를 학교마다 실시하는 것이죠. 학생지도의 현실적 고충을 학부모가 이해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알게 하며, 교사는 학부모의 바람과 우려를 이해하고 아이 지도에 잘 반영하도록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6. 교권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지도 봉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선생님이 지도 봉을 들었다면 아이들은 하던 것을 멈추고 자세를 바로 하며 눈과 귀를 기울여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최고 우선되는 원칙으로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지금 교육 분위기는 선생님을 가볍게 여기는 학부모의 평소 태도에 아이들이 물들어 버렸습니다. 학생의 지나친 자유와 학부모의 이기적인 자식 사랑이 선생님의 그림자와 얼굴을 짓밟은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성격이 다양하고 가정환경이 제각각인 아이들을 지도하려면 우리는 아이들의 자유를 일부 제한해야 합니다. 학부모의 불만보다 더 우위에 있는 권한을 선생님에게 주어야 합니다. 이 사회적 약속은 법과 시행령으로 해 선생님이 학생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교육문화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서이초등학교의 선생님이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은 우리에게 현실의 부조리를 알린 것이고 자신 같은 희생이 다시는 없도록 개혁해달라는 부탁입니다. 2023년 7월18일 일어난 또 하나의 희생을 추모하며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