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칼럼]진실 보도 무엇을, 어떻게, 왜(Ⅱ)
기사란 나쁜 것을 나쁘다고, 시정할 것을 시정해야 한다고 하는 게 진실이라고 앞서 전제했다. 따라서 진실한 언론은 부조리를 개혁하려는 다분히 현실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실이란 어느 사건 또는 어떤 문제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한다. 그러나 모든 사실은 그 존재가 다원적이다. 중요한 사실일수록 그 존재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물을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하며, 역사적으로 관찰할 줄 아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 이 두가지만으로 충족하면 될까. 아니다. 사물을 볼 때는 어느 면이 더 중요하고 어느 면이 덜 중요하다는 점을 똑똑히 식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사실은 그 존재가 다원적이라고 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가이다. 버스가 전복했는데 자체가 어느 만큼 파손되었느냐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면이 그 사건의 근거가 되고 그렇지 않은 면이 그 사건의 조건이 된다. 그 사물의 어느 측면이 근거가 되고 또 조건이 되는가를 예리하게 식별할 줄 알아야 한다. 조건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한 문제 또는 사건의 이해가 크게 달라지고 이미지가 전혀 달라진다. 기사에는 ‘리드(lead)’라는 것이 있다. 기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리드로 하여 기사를 작성한다. 그런데 기사의 어느 부분을 리드로 잡느냐에 따라 기사가 독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 사물의 어느 면이 중요한가는 관심도에 따라 다르며 관심도는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특히 외신을 읽다 보면 같은 사건인데도 입장에 따라 즉 기자의 국적에 따라 리드가 제각기 달라 사건을 보는 눈에 묘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이는 국가의,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를 더하면 가장 주관적인 보도가 진실 보도이다. 가장 정확하게 보도하려면 역사를 객관적으로 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있는 그대로를 조금도 주관을 섞지 않고 기사를 써야만 정확한 보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이라는 표현은 좀 주의해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보도일수록 기사가 이른바 객관적이기보다 오히려 훌륭한 의미에서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사태를 가장 정확하게 알리는 보도일수록 주관적이어야 한다는 이론은 얼핏 납득하기 어려운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구체적 예를 들어서 설명해 보면 조금 더 모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이해관계가 진실을 좌우한다. 신문이 진실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설명이 필요 없는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사람들은 진실 보도의 책임을 전적으로 보도 활동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양심 문제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기자가 정의감에 불타있으면 진실 보도에 과감하고 그렇지 않으면 곡필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또는 좀 좋게 말해서 취재 기술의 미숙에서 진실 보도를 못 한다는 견해도 있다. 어느 편이나 진실 보도를 기자 쪽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것은 지극히 피상적인 견해임을 면치 못한다. 물론 진실 보도를 하고 안 하고의 책임이 기자 쪽에 있다는 말 자체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진실 보도가 안 되는 이유를 전적으로 기자들의 윤리 문제로 돌려 버리는 것은 신문 제작의 현실을 모르는 불충분한 기대라는 것이다.
옳은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부분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봐야 하고 역사적으로 새로운 가치의 편에서 봐야 하며 무엇이 근거이며 무엇이 조건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준칙을 강조하는 까닭은 문제를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고 새로운 것 대신 낡은 역사적 측면에서 보고 근거를 조건으로 조건을 근거로 즉 중요한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뒤바꾸어 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기사 작성에 기술이 미숙하기 때문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특정 문제를 보도하는데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박학천 독자권익위원장 일산새마을금고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