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15)]하안거 끝나는 날

2023-08-29     이재명 기자

“낱낱의 얼굴은 달처럼 희고, 사람들 발밑에는 맑은 바람이 분다. 거울을 깨트려 그림자마저 없나니, 긴 소리로 우는 새가 소나무 가지에 오르도다”

“꽃은 뜰 앞의 빗소리에 웃고, 솔은 난간 밖의 바람에 운다. 어찌 묘한 이치를 궁구하는가? 이것이 바로 뚜렷이 통함이로다”



조계종 종정 중봉 성파 대종사가 계묘년 하안거(夏安居) 해제(7월15일 백중)를 앞두고 28일 해제법어를 내렸다. 성파 대종사는 “안거를 성만한 대중의 마음에 편협함과 성냄, 두려움과 어리석음이 없는지 수행자 된 역량을 점검하고, 산문을 벗어나 세간에 나아가서는 마음 밖에서 깨달음을 궁구하지 말아야 한다”며 화주, 곧 중생을 교화하는 주인이 될 것을 당부했다. 안거는 스님들이 겨울과 여름에 각각 석 달간 외출을 금하고 선원(禪院)에 머물며 참선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내일 30일은 백중(百中)이다. 이날은 스님들의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자 천도재(薦度齋)를 지내는 날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을 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도 한다. 우란분절은 부처님오신날, 출가절, 성도절, 열반절 등과 함께 5대 명절로 기념하는 날이다. ‘우란분’은 ‘거꾸로 매달린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울람바나(ullambana)’에서 유래됐다. 울람바나를 한자식으로 표기하다보니 우란분이 됐다. 이날 불교 신자들은 지옥 중생들의 천도를 위해 재를 올린다.

우란분절은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하려는 목련존자의 효심에서 비롯됐다. 전설에 의하면 불제자 목련존자는 신통력이 매우 뛰어났는데, 어느날 문득 어머니가 그리워 신통력으로 어머니를 찾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어머니는 죽어서 아귀도에 떨어져 있었다. 목련은 슬피 울면서 석가모니에게 방법을 물었다. 이에 석가는 “매년 음력 7월15일이 되면 스님들에게 오곡백과와 다양한 음식을 나눠주거라. 그러면 부모가 살아 있으면 100년간의 복을 누릴 것이고, 돌아가셨다면 도리천에 태어날 것이니라.”라고 알려줬다. 목련은 석가의 가르침을 그대로 시행해 그 어머니는 도리천에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우란분경>과 <목련경>에도 나온다.

이날은 농민들의 축제일이기도 했다. 지주들은 머슴을 하루 쉬게 하고 돈을 줬으며, 머슴들은 그 돈으로 장에 가서 술도 마시고 물건도 샀다. 그래서 ‘백중장(場)’이라는 것도 생겼다. 밀양백중놀이는 이날의 풍습을 재현한 것이다. 그러나 여름철 휴한기도 잠시, 벌써 멀리서 태풍 소식이 들려온다.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