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657조 편성…여야 대치 험로 예고
윤석열 정부는 3년차에 들어서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총지출 656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하고 이를 국회에 넘겼다.
국회는 앞으로 100일간 정기국회에 돌입해 12월2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여야의 극한 대치전선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29일 기재부가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로 20년만의 최소 증가 폭이다.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 성장률(4.9%)에 크게 못 미치는 ‘긴축 재정’으로 평가된다.
내년도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45조원가량 부족한 612조1000억원 규모로 짜였다.
역대급 ‘세수 펑크’ 속에 나라살림의 허리띠를 바짝 조였음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9%까지 불어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 한도(3.0%)를 넘어서게 됐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이 내달 초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종청사 브리핑에서 “대폭 감소한 세수 여건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재정수지 적자 악화폭을 최소화했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총지출은 18조2000억원(2.8%) 늘어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 6월말 재정전략회의에서 보고된 ‘4%대 중반’보다도 2%p가까이 낮은 수치다. 유례없는 세수 부담 속에서 4%는 물론이거니와 3% 증가율도 지켜내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편성한 올해 예산의 지출 증가율(5.1%)보다도 크게 낮은 증가 폭이다.
확장재정을 이어갔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3분의 1 수준이다.
2018~2022년 예산안상 총지출 증가율은 연 7~9%대였다. 2020~2022년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9% 안팎 지출 증가율을 기록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도 총지출 증가율은 9.5%에 달했다.
내년도 총수입은 13조6000억원(2.2%) 줄어든 612조1000억원이다. 기금 등 국세 외 수입을 19조5000억원 늘려 잡았지만, 국세수입이 33조1000억원 감소하면서 총수입 감소를 막아내지 못했다.
총지출·총수입 격차만큼 재정수지는 악화되게 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8조2000억원에서 92조원으로 33조8000억원 늘면서 GDP 대비 적자 비율이 2.6%에서 3.9%로 1.3%p 높아지고, 국가채무는 61조8000억원 늘어나게 됐다.
한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국민의힘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퍼주기 예산’을 바로 잡는 책임 있는 예산”이라고 호평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무능, 무책임 예산”이라고 비판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