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교육 멈춤의 날 휴업, 역효과 부를 수도

2023-09-04     경상일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4일 울산에서도 교직단체를 중심으로 추모 행사가 열린다. 이른바 ‘공교육 멈춤의 날’이다. 재량휴업을 하는 지역 학교는 1곳이지만 상당수 교사들이 연가나 병가 등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일부 수업 차질이 우려된다. 전국적으로는 서울 9곳, 세종 8곳, 광주 5곳, 충남 5곳, 인천 2곳 등 총 30개교다.

‘공교육 멈춤의 날’은 젊은 교사의 희생을 추모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시작된 추모행사로, 지난달 27일 교육부에서 ‘불법 집단행동’으로 규정한 바 있다. 교육부는 집회 참석을 하지 않더라도 집단 연가·병가 등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사실상 파업하는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수업일수가 변하지 않는 재량휴업과 상처 회복을 위한 교사들의 병가 등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심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추락한 교권 앞에서 참담한 심정을 억눌러 온 교사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된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각 시도 교육청이 다각도의 교권 회복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집단행동으로 학생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은 결코 교육적이지 않다. 교사들이 안타깝게 숨진 교사를 추모하고, 교권 회복을 요구하는 행위는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평일의 집단행동은 학생들의 학습권과 분명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도 무조건 엄단 방침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일선 교사들의 추모 의미를 다시 한번 헤아렸으면 한다. 교사들도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면서 추모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합리적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1일부터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휴대전화도 압수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가 교육 현장에서 시행됐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런 대책들로는 대폭적인 변화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좀 더 근본적인 법률 개정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교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는 신속한 입법으로 교사들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울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 울산교원노동조합, 울산실천교육교사모임과 함께 4일 오후 4시부터 울산시교육청에서 ‘공교육 회복을 위한 추모 집회’를 연다고 한다. 추모 집회에는 서이초 교사를 기리기 위한 분향소도 설치된다. 여야 정치권도 관련 법 개정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만큼 차분하게 고인를 추모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추모 행위가 교육적이지 않으면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