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황주은 ‘슬기로운 생활’
소금과 함께 맥반석 달걀 열 개를
가방에 넣어 보냈는데
너는 달걀을 못 받았다 한다
달걀 봉지를 찾느라 온 집안을 뒤진다
물건의 이름을 뒤집어 부른다
키친타월 치킨타월
나의 혼동 때문에
장마가 시작된다
(중략)
‘괜찮아, 이건 흔한 일이야’
내가 나를 위로한다
바람에 문이 깨지는 소리로 닫힌다
깨진 것은 깨진 대로,
뒤틀린 것은 뒤틀린 대로
그것을 생활이라 생각하니 발랄해진다
고즈넉한 너덜너덜한 저녁
눈썹 문신이나 하러 갈까?
은사시나뭇잎이 흰 배를 뒤집고 비에 젖는다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아는 ‘슬기로운 생활’
안경을 어디 두었더라? 리모컨은? 핸드폰을 손에 쥐고 핸드폰을 찾고, 낱말은 혀끝에서 뱅뱅 돌기만 하고 좀체 형태를 갖추지 못한다. 오래전 수필에서 이런 건망증을 ‘나는 집에서도 길을 잃는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시인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가 보다. 특히 집안을 ‘뒤진다’와 키친타월과 치킨타월 같은 ‘뒤집힌’ 언어의 유사성. 이 시의 매력은 ‘뒤집기의 뒤집기’이다. 뒤집힌 언어로 인한 난감한 상황을 괜찮다, 흔한 일이다, 라고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는데, 이는 ‘나의 혼동 때문에/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날씨마저 자신의 탓으로 돌리던 은근한 죄책감을 뒤집은 것이다.
시인은 이제 ‘발랄’해지기까지 한다. 뒤집힌 걸 뒤집으면 바로 설 수 있으니, 삶이란 어차피 이런 사소한 균열과 금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이것이 바로 슬기로운 생활.
송은숙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