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인력 늘리고 인사제도 개선을”
울산 울주군의 한 공무원이 지난달 21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것(본보 8월22·23일자 6면 보도)과 관련, 공무원노조가 “저연차 공무원이 감당하기 힘든 민원 업무에 대한 부담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는 13일 울주군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공무원 A씨 사망과 관련해 3주간 진행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A씨는 26세이던 3년 전 공무원으로 임용돼 울주군지역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노조는 “A씨가 지난해 7월 인사이동으로 행정복지센터에서 본청으로 발령받아 농어촌민박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 A씨가 부쩍 ‘업무가 힘들다’는 말을 가족이나 예전 동료들에게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농어촌민박 사업은 농어촌 지역의 주민이 거주하는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을 이용, 투숙객들에게 숙박과 취사시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민원인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숙련도가 낮은 저연차 공무원이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라는 게 공무원노조의 설명이다.
노조는 “A씨가 민원 업무 해결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 민원 처리 지연으로 올해 4월 문책을 받기도 했다”며 “이후 8월에 같은 사유로 재차 문책을 받았는데, 관리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노조는 △고질적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과중과 전가 △기술직렬 공무원들이 시청에서만 승진을 할 수 있는 통합인사 정책으로 일선 구·군에서 경험과 숙련도가 형성된 공무원의 누수 심각 △일부 관리자들의 무책임함 △무조건 친절만 강요하는 적극 행정 시스템 등도 A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근본적 요인으로 꼽았다.
노조는 “고인에 대한 순직 인정을 위한 기관의 적극적인 대응, 인력 부족과 울산시 인사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 등을 요구한다”며 “경험과 숙련이 요구되는 복합 민원은 5년 차 이하 공무원에게 배정되지 않도록 기관은 노력해야 하며, 악질·고질 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초에도 울산시 산하기관의 50대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최근 3년간 울산에서 업무상 과로 등에 따른 사망한 공무원은 7명에 이른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