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약없는 ‘약국 뺑뺑이’, 사재기부터 잠재워야
울산지역에서도 의약품 품절사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민관협의체를 가동하고 생산량과 수입량을 조사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의약품 수급조절이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정부는 최소한 사재기,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라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17일 의·약계에 따르면 최근 학생들의 개학과 함께 호흡기 질환이 빠르게 유행하며 해열제, 소염제, 천식치료제 등 의약품의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 15일부터 현재까지 울산지역 커뮤니티 카페 등에서는 ‘풀미칸(기관지염 치료제)’ ‘맥시부펜(소아 해열제)’이 있는 약국을 찾는 문의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재고약품을 찾아 약국을 전전하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를 하고 있다. 지난 15일 30대 A씨는 “최근 다니던 병원에서 늘 처방해주던 소아 해열제 시럽 수급이 안 돼 비슷한 계열의 약품을 찾고 있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품절현상은 처음 코로나19로 촉발됐으나 이후 장기적인 의약품 수급 불안정으로 이어져 이제는 전국적으로 고착화됐다. 이 가운데 병원·약국 운영이 중단되는 추석을 앞두고는 ‘사재기’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의약품 품절 원인은 다양하지만, 주로 낮은 약가와 원료의약품 수급의 불안정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정부는 한정된 보험재정 안에서 약가를 낮게 책정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으나 이것이 결국은 의약품의 품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제약사는 수익성이 높은 약을 먼저 생산할테고, 그러다보면 수익성이 낮은 약은 생산 순위에서 밀린다는 말이다. 불안정한 원료수급도 문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68.7%에 달하지만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에 불과하다. 또 낮은 생산 단가로 인해 중국과 인도에서 수입하는 원료 비율이 50.1%를 차지하는 것도 공급 불안정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도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관련 기구·단체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3월부터 매월 운영해 부족 의약품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때부터 이어져온 의약품 부족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답답한 심경을 계속 토로하고 있다.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생산 독려, 신속한 약가 적정화 등 정부의 대책이 하루 빨리 현실화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