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의 깊은 뜻, 울산대공원 상설수석 전시장서

오스카 4관왕 ‘기생충’으로 다시 주목 받는 수석

2020-02-20     홍영진 기자

울산 전국 최초 공공시설에
상설 수석 전시장 만들고
10년간 교류 이어와 눈길
현재 34개 단체 400명 활동

전시장 50점 상시 전시하고
창고 속엔 200여점 보관돼
1억여원 호가하는 수석도


오스카 4관왕에 빛나는 우리영화 ‘기생충’은 우리사회 좁힐 수 없는 빈부격차를 공간대비 영상미와 배우들의 대사로 담아냈다.

주제를 암시하는 또다른 방법이 하나 더 있었다. 상징적 텍스트로 활용 된 ‘수석’(壽石)이다. 영화 속에서 반지하에 사는 한 청년은 부잣집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바로 ‘수석’이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이 수석이 내포한 의미를 두고 관객들은 설왕설래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고 그에 대한 해석은 아직도 각종 SNS에서 곁가지를 치면서 이어지고 있다.

세계가 주목한 기생충에 ‘수석’이 등장하면서 현실 속 ‘수석’에 대한 관심도에도 반짝 불이 켜졌다. 젊은이들 중에는 이 수석에 대해 ‘한때 유행했으나, 지금은 한물 간 향수’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울산은 10여년 전 전국 최초로 공공시설에 ‘상설 수석 전시장’을 만들어 운영 할 정도로 수석동호인의 활동이 대단했고 현재도 34개 단체에 400여명 회원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상설 수석 전시장은 울산대공원 내 아쿠아시스 정문 옆에 있다. 전시장에는 항상 50여 점 수석이 전시된다. 창고 속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200여 점이 보관 돼 있다.

김상규(산주석인회) 울산시수석연합회 고문은 매일 아침 전시장으로 출근 해 수석을 보러오는 시민들에게 오묘한 수석의 세계를 알려준다. 수석은 ‘바닷가의 돌밭 또는 산중에서 기이하게 생긴 돌을 수집하여 그 묘취를 즐겨 사랑하는 취미’다. 그래서 ‘壽石’이 아니라 ‘水石’이라고도 쓴다.

김 고문은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냥 돌덩어리 일 뿐이지만 수석을 오래하다보면 자그마한 돌 속에 자연경치가 신비롭게 축소되어 있고, 온갖 만상이 응축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간혹 수석의 등급을 돈으로 매기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현재 전시장에는 고래등 모양의 대형 돌(산지 현동) 한 점이 앞줄에 놓여 있는데 3000~4000만원을 호가한다. 창고 속에 보관 중인 수석 중에는 1억3000만원을 호가하는 수석도 있다. 하지만 김 고문은 “좋은 수석에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 건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개개인이 취향이 다르고 전문가와 일반 대중이 선호하는 돌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좋은 수석이란 어떤 돌을 말하는 것일까. 김 고문은 “두 손으로 들 정도의 자연석으로 산수미의 경치가 축소돼 있거나, 회화적인 색채와 무늬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석은 20~30년 전 반짝 유행하던 취미가 아니다. 수석에 대한 기록은 약 3000년 전 펴냈다는 중국 최고(最古) 지리서 ‘서경’에도 나오고, 주나라 초기의 ‘시경’에도 나온다. 정약용, 김정희와 같은 문인과 서화가들도 애석(愛石)했던 기록과 자취를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