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울산 도심속 벽보게시판 찾아가보니...관리 안되는 벽보게시판 애물단지 전락

2023-09-25     강민형 기자
도심 속 벽보게시판이 관리가 잘 되지 않는데다 특정 업체의 홍보수단에 그치는 등 주민의 외면을 받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원활한 관리를 위해 관리 담당자를 확충하거나 게시판 수를 줄이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과 24일 울산 남구지역 내 20여곳 벽보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무분별한 전단지 등에 제기능을 잃은 상태다.

지난 23일 남구 봉월로 50번길 산업은행 담벼락에 설치된 벽보게시판은 주차된 차량 뒤에 가려져있었다.

게시판 아래로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고 옆으로는 쓰레기, 우산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30분 정도의 시간에 주민 20여명이 지나다녔지만 한명도 벽보게시판을 보지 않았다.

김선주(58·남구 신정동)씨는 “거주한 지 10년이 다돼가지만 매일같이 지나다니면서도 이게 있는 줄은 몰랐다”며 “어떻게 쓰는거냐, 괜히 자리차지 하는데 없애도 되지 않냐”고 되물었다.

이곳 이면도로는 차량 통행량이 많고 주변으로는 주상복합 공사가 한창으로, 별도 인도도 없어 설치 목적을 잃은 지 오래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 실정이다.

울산 옥외광고물 등 관리 조례 제14조에 따르면 벽보는 하나의 지정게시판·벽보판에 동일한 내용의 벽보를 하나만 부착해야 한다. 크기는 가로길이 40㎝ 이내, 세로 길이 55㎝ 이내로 제한된다는 명확한 규정에도 선암동 내 게시판 수곳에는 특정 부동산의 홍보 전단물만 가득했다.

옥동과 장생포동 수곳은 게시물 크기가 통일되지 않은 채 홍보 전단물 등만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삼산동 1495-1, 삼산동 1505-1 등에는 비에 젖어 벽보가 하나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 수일째 붙어있기도 했다.

이같은 벽보게시판은 남구 14개동 내 130곳에 설치돼있으나 앞선 20여곳과 마찬가지로 주차 차량이나 전동 킥보드 등에 가리는 등 발견하기 어렵다. 벽보 게시판 주변 주차 금지와 같은 규제가 없는데다 본인 게시물을 본인이 떼가야 하는 등 주민 재량에 따라 관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동에는 별도 담당·관리자가 없어 통장 등이 홍보물을 붙이는 곳 위주로만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 불만도 잇따른다. 개별 홍보물, 현수막, 디지털 등 홍보 방식이 다양화되면서 게시판 자체가 원래 설치 목적을 잃고 미관만 해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벽보 게시판 수를 줄이고 현수막, 영상·전광판 등을 이용한 홍보 방식 전환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벽보 게시·관리 주체 등을 명확히 하는 등 구체적인 대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울산 남구청은 “반기별로 사용 하지 않거나 관리 미흡 구간 등을 조사해 일괄 정비한다”며 “영상·전광판 등은 전기 이용, 신청, 디자인 문제 등 수수료가 불가피하게 발생해 당분간 유지하며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민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