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쉴 권리를
기다리던 2023년의 추석 연휴가 과거형이 되었다. 이번 추석은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더욱 길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명절이었다. 단 하루의 임시공휴일 지정이었지만 급여를 받고 생활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사용자에게 합법적으로 휴식을 요구하고 눈치보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휴일을 계획하고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축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임시공휴일에도 쉴 권리를 주장할 수 없거나, 임시공휴일에 근무함에도 추가 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많다. 바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하는 노동자들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유급(급여를 받고) 휴일을 보장받도록 제도화하고 있고, 그럼에도 휴일에 근로해야 할 경우 8시간 이내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을, 8시간 초과한 휴일근로는 100분의 100을 가산해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휴일 보장에 관한 법률 규정이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는 달리 적용된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규정해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는 원론적으로 적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10월2일 임시공휴일 쉬는 것’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임시공휴일에 일을 하더라도 추가 근로수당을 법적으로 구할 수도 없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에 대한 불이익은 이 뿐이 아니다. 해고 제한 규정, 연차휴가 적용 규정, 근로시간 주52시간 제한 규정, 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시 가산수당 규정, 휴업수당 규정 등 노동환경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많은 규정들이 적용배제되어 있다. 심지어 그 유명한 중대재해처벌법도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는 적용이 없다.
물론, 소규모 사업장은 경제적 여건이 미비하기에 5인 이상 사업주와 같은 수준의 노동환경을 사업주에게 강요하기 힘들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을 5인 이상 규모 사업장 노동자들과 이렇게 차별해도 된다는 정당성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단순히 작은 사업장에서 일한다고 노동자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이렇게 달라서는 안된다. 더욱이 이런 법규정 적용 차이로 인해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고의적 계획적으로 사업규모를 더 이상 확장하지 않고 그대로 머물러 버리는 부작용까지 있다.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급여와 노동환경에서 가장 약자의 지위에 있다. 동시에 국가 경제에서 소규모 사업장이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은 엄청나다. 더 이상은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권익에 대해 눈감아 버려서는 안된다.
거대 노동조합 소속이 아니라서 정치적 영향력이 적기에 늘 제도 개선에서도 후순위로 밀려버리는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 진정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대상은 대규모 사업장에 근로하는 노동자들보다 소규모 사업장에 근로하는 노동자들이다.
개별 소규모 사업장이 노동자들 처우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면, 정책적, 제도적으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차별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국가가 사회보장제도를 갖추는 것이 이런 차별을 줄이기 위한 것일텐데 도리어 차별을 조장하는 법제도는 보완이 있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도 임시공휴일을 휴일로 받아들이고 함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