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첫 가을, 독감의 공습
2023-10-11 강민형 기자
마스크를 벗는 게 일상이 된 뒤 맞는 사실상 첫 가을에 병원마다 독감 환자와 예방접종자로 북적이며 독감 유행 주의보가 발령됐다. 11일부터 고령자를 대상으로 무료 독감 접종이 시작되는 가운데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날씨와 맞물려 독감 유행에 속도가 붙을 수 있어 개인 위생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울산 남구 신정동의 가족보건의원. 입구에 들어서자 독감 예방 접종을 마친 영유아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수납처 앞은 독감 예방 접종을 위해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와 환자들로 발 디딜 틈없이 북적였다.
생후 7개월의 아이를 데리고 온 김서연(35)씨는 “소아과 진료가 가능해 남편과 함께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30분 넘게 대기하는 중”이라며 “혼자서는 움직이기 어려워 남편이 반차를 썼다”고 했다.
병원 관계자는 “예방접종 인원이 예년의 2배 가량 늘어났다. 연휴 때는 하루 평균 400~500명이 예방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았을 정도”라고 했다.
또 다른 A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A병원에서는 감기 환자들의 진료가 끊이지 않아 코로나·독감 검사를 병행 중이었다. A병원 측은 독감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 독감 검사를 권하고 있었다.
직장인 B씨는 “단순한 감기 몸살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독감 판정을 받았다”며 “몸이 너무 아픈데 자가격리를 할 순 없어 마스크를 끼고 일상생활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행하는 독감은 인후통, 몸살, 근육통, 기침·가래 등 증상을 동반한다. 한꺼번에 증상이 나타나 2~3일은 매우 아프고 전염력도 강하지만 별도 격리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일반 감기약이나 인후통 약을 찾는 시민들도 늘어났다.
이번 독감은 마스크를 벗는 일상이 생활화되고 야외·단체 활동이 늘면서 증가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선선한 가을 날씨와 더불어 긴 명절·연휴를 맞아 가족·친구 등과 함께하는 자리가 늘어난 것도 독감 유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이 외래환자 1000명당 20.8명으로 몇주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행 기준은 절반 이하인 1000명당 6.5명 수준이다. 지난주부터는 인플루엔자 검출률이 4.3%에서 13%로 크게 늘었다.
울산도 최근 4주간 호흡기 바이러스 검출 현황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약 10% 가량 차지했다.
이에 지난달 말부터 생후 6개월 이상~13세 이하 어린이, 지난 5일부터 임산부를 대상으로 무료로 독감 예방 접종을 진행중이다.
11일부터는 7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시작한다. 1948년 12월31일 이전에 출생한 자가 대상이다. 16일에는 70~74세, 19일에는 65~69세로 확대된다. 접종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지정 위탁의료기관에서 가능하며, 지정 위탁의료기관은 예방접종 도우미 사이트(nip.kd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접종 대상을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으로 65세 이상 대상자는 독감과 코로나 동시 접종이 권고되고 있다”며 “독감 증상이 있을 경우 가까운 병·의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야외·단체 활동을 줄이고 건강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