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에 빼앗긴 고향, 대곡 한실골 추억 소환
산업화 과정에서 마을이 수몰돼 실향민이 된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옛 한실골 주민들의 애환을 담은 사진을 국내외에 소개하는 전시가 마련된다.
울산의 원로 사진작가 서진길(사진)씨가 13일부터 11월3일까지 경기 평택시 평택호 예술관 일원에서 열리는 ‘제7회 평택국제사진축전’에 초대전 작가로 참여한다.
전시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역가와 함께 삶의 문화가 수몰되다’를 주제로 사연댐 건설로 수몰된 한실골 마을 주민들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 10점을 전시한다.
마을 입구에서 한가로이 새참을 즐기는 한실골 주민들, 고기잡이 모습, 씨름하며 노는 아이들, 소에 쟁기를 매달고 밭을 가는 주민의 모습 등을 흑백사진으로 소개한다.
옛 한실골은 대곡천을 사이로 세인·관서정·세인·옹퇴·한실 등 여러 마을이 모여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정겨운 초가지붕과 돌담길 사이로 피어나는 굴뚝 연기가 피어올랐고, 디딜방아 소리와 베 짜는 소리가 마을을 가득 채웠다. 전시에서는 댐 건설로 변화하는 마을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사진도 소개한다.
댐 건설이 결정된 이후 이주를 앞두고 냇가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 의관을 갖춰 입고 댐 건설을 위해 마을에 들어선 중장비를 구경하는 주민들, 공사를 위해 새로 닦은 신작로를 달리는 버스, 미처 이주를 못해 상류의 집으로 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는 주민의 모습 등이다.
서진길 작가는 “국제사진전을 통해 공업화·산업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한실골 주민들의 애환을 국내외에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온 국민이 잘 살 수 있도록 산업화 정책을 위해 희생한 실향민의 삶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진길 작가는 지난 1959년 ‘민심’으로 사진에 입문해 울산의 격변기 기록과 정체성을 담은 <우리 사는 땅>(1988년), <사진으로 보는 울산 100년>(2009년>, 경주 남산의 역사 문화 유적을 영상미학으로 재탄생 시킨 <숨결>(2006년) 등의 작품집을 펴냈다. 한국예총 울산지회장,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 울산문화원장 등을 지냈고 대한민국 사진대전 초대작가상, 2006년 대한민국 문화훈장(화관장)이 서훈됐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