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울산건축문화제](1)선진화된 건축문화란?

2023-10-24     전상헌 기자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GDP 10위에도 이름을 올렸고, 1인당 GDP 수준도 3만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체감상 경기는 얼어붙었고, 여전히 주머니 사정은 여의찮지만, 언제부턴가 대한민국도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 아닌가 하는 자부심과 기대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선뜻 ‘대한민국도 이제 선진국이다’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지표가 어찌 되었든 그 지표만으로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 이슈된 ‘순살아파트’ 논란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1970~80년대에나 일어날 법한 일인 듯한데 이름 없는 작은 건설사도 아니고 누구나 인정하고 있던 1군 건설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우리는 선진국이 되기에 멀었다고 느껴지게 한다.

그럼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떤 것들이 갖추어져야 할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것은 미뤄두고 이야기한다면 문화적인 수준이 높아야 하고 그에 따르는 높은 시민의식이 따라갈 때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는 것이 아닐까. 선하고 건전한 마중물이 사회적으로 선순환될 때 비로소 선진국다운 선진국이 된다고 본다.

그럼 앞서 이야기한 사건을 ‘건축문화’로 한정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지난해 이맘때 ‘건축문화’라는 것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건물을 지음으로써 생기는 일련의 생활 양식이나 사회적 행태’ 정도로 정리했었는데, 우리나라는 건물을 지음으로써 생기는 부산물이 경제적 가치에만 너무 집중돼 있다.

아파트를 이야기하면 어디에 지어지고 평당 얼마에 분양하는지가 늘 주요 관심사다. 지어진 아파트는 최근 거래되는 평단가가 제일 관심사이다. 건설사에서도 한정된 땅에 얼마나 세대를 많이 넣을 수 있는지 시공단가와 각종 세금을 공제했을 때 수익을 남기려면 얼마에 분양해야 하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광고에서 이야기하는 건설사의 이념과 실상은 아주 다르다.

꼭 아파트가 아닌 주택이나 상가건물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건축물의 가치가 공간에 있지 않고 비용에 치중돼 있다. 그렇게 공간의 가치를 제쳐놓고 보니 설계도 싸게 해야 하고 공사도 싸게 해야 한다. 당연히 설계하는 사람도 공사하는 사람도 그에 맞춰서 이윤을 남겨야 하니 그에 맞춰 적당히 일을 하게 된다. 자선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당연한 결과다. 물론 그 이상으로 사명감과 직업적 윤리로 바른길을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무형의 가치를 인정받기에는 늘 힘이 든다.

물론 들여지는 비용이나 경제적 가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움직여서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은 정직과 성실과 진정으로 일을 대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 사람도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며 상호 간의 신뢰가 바탕이 될 때 선진화된 ‘건축문화’를 이야기하는 초석이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초석이 놓이고 난 다음에야 공간의 가치가 눈에 들어오고 자연스레 대화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 생기고 시민이 사랑하는 장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공간과 장소가 지속될 때 문화적 가치가 생기고 장소성이 생기며 나아가 역사적 가치도 남겨지는 것이다.

무엇이든 선진화된다는 것은 일순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개인 한 사람의 의식이 바뀌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게 되고, 그에 따른 일련의 과정과 결과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선진화된 ‘건축문화’가 바로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형빈 시서재건축사사무소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