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우디에 중동 첫 자동차 조립공장 설립
현대차가 원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피하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서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자동차 조립 합작공장을 건설하며 중동 지역 내 첫 생산 거점 확보에 나선다. 현대차는 또 사우디에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현대차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 페어몬트호텔에서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반조립제품(CKD)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현대차와 PIF는 이번 계약에 따라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연간 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짓는다.
이 경제도시는 사우디 서부 지역에 들어선 계획도시로, 사우디 제2의 도시이자 최대 무역항이 위치한 제다로부터 약 100㎞ 떨어져 있다. 최근 잇따른 전기차 업계의 투자와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입주로 중동 내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양측은 이 공장을 짓기 위해 5억달러 이상을 공동 투자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 대한 지분은 현대차가 30%, PIF가 70% 보유하기로 했다. 전기차와 내연 기관차를 모두 생산하는 이 합작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6년 상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 합작공장에 고도의 자동화 공정과 지역 맞춤형 설비를 적용할 예정이다.
생산 제품 라인업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중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같은 날 한국자동차연구원,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SAPTCO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산업용 가스 기업 에어 프로덕츠와 사우디 에너지 스타트업 쿼드라 에너지가 합작한 중동 지역 개발 및 투자 회사다.
SAPTCO는 리야드, 메카 등에서 시내·시외버스를 운영하는 사우디 공영 버스업체로, 아랍에미리트, 이집트로 가는 국제버스를 운영한다.
이들 기업·기관은 이번 MOU에 따라 사우디 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해 관련 기술과 인적 자원 제공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수소 모빌리티 환경 조성 △수소전기버스 실증사업 추진 △관련 정부 지원 연구 프로그램에서의 협력 △공개 가능한 정보 교환 등이다.
현대차는 협약에 따라 수소전기버스 등 수소 모빌리티를 SAPTCO에 판매·대여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구축해 수소버스와 수소트럭 등을 생산 중이고, 자동차와 선박, 항공기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을 갖췄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한국의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 사업 참여를 지원하고, 수소 모빌리티의 실증 데이터를 수집한다. 또 인력 양성 등 연구개발(R&D) 협력 기회도 모색한다. 신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