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구명자 ‘시오라기 한 줄’

2023-10-30     서정혜 기자

키 낮은 꽃들이 푸른 눈 뜨는 곳
발 아래 시오라기 한 줄 꿈틀거리다

들여다보니 장렬하게 떠메고 가는
일개미의 행렬

그것이 무엇이관대 저들은 저들 더듬이에
저들은 내 안에 박혀오는 것인지

한참을 들여다보다

끝내 떠메고 오는 실오라기 한 줄
시오라기 한 줄…이라 고쳐 쓴다

 

시오라기 한줄…사물을 성찰하는 시인의 시선

시인은 무심코 발밑을 보다 검정 실오라기 한 줄을 본다. 그런데 실오라기가 움직이는 게 아닌가. 들여다보니 실오라기는 먹이를 떠메고 가는 개미의 행렬이다.

많은 사람은 아마 이 지점에서 심드렁해지거나 ‘개미들이 부지런도 하지’ 중얼거리며 눈길을 거둘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다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참을’ 들여다본다.

‘들여다본다’는 것은 그냥 보는 것이 아니다. 깊이 살피고, 응시하고, 발견하고, 성찰하며, 진실에 다가가는 행동이다. 들여다봄으로써 시인은 실오라기가 사실은 일개미의 행렬임을 발견한다. 그리고 마침내 실오라기는 ‘시’오라기임을 깨닫는다.

그것은 단지 언어의 유사성 때문은 아니다. 개미는 자기 몸피보다 더 큰 먹이를 놓치지 않으려 꽉 물고 가는데, 이 행동은 사물을 대하는 시인들의 태도와 닮았다.

시인도 마음을 건드린 어떤 대상을 붙들고 궁구하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시인은 ‘내 안에 박혀오는’이라고 표현하였다.

시인은 한 줄 실오라기처럼 범속하고 비루한 일상에서 숭고한 시오라기를 발견하고 끌어내는 존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참을, 들여다, 보아야 한다. 송은숙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