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속 은빛 억새밭 배경으로 가을밤 음악과 흥에 흠뻑 취했다

2023-10-30     전상헌 기자
2010년부터 신불산 억새평원에서 산상음악회로 열렸던 ‘울주오디세이’가 올해는 움프 시네마 스크린에 비친 억새밭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울주문화재단 울주문화예술회관은 지난 27일 울산 울주군 상북면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움프 시네마와 야외 스크린 좌석까지 1600여명이 꽉 들어찬 가운데 ‘2023 울주오디세이’를 개최했다.

이날 공연은 그동안 울주오디세이가 열리던 신불산 간월재 억새밭을 무대 대형 스크린에 상영해 아름다운 은빛 물결을 공연 내내 이어지게 했다.

뮤지컬계의 디바 신영숙의 ‘레베카’ ‘맘마미아’ 등 뮤지컬 메들리로 웅장하게 시작된 공연은 트로트 가수 은가은의 ‘밤이면 밤마다’가 이어지며 흥을 돋웠다.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그룹 라포엠도 ‘스타 이즈 본’ ‘라붐’ 등 영화음악과 함께 공연 전날 발매된 신곡 ‘낙엽’을 선보여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레전드 콤비 송창식·함춘호가 무대에 올라 ‘왜불러’ ‘담배가게 아저씨’ ‘고래사냥’ 등을 통기타 연주와 함께 들려줬고, 마지막에 무대에 오른 밴드 국카스텐 하현우는 ‘돌덩이’와 신해철의 기일에 맞춰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를 불렀다.

이처럼 뮤지컬, 트로트, 록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되고, 억새밭 영상도 추가되는 흥겨운 공연이 펼쳐졌지만, ‘울주오디세이’만의 특색 넘치는 분위기가 살아나지는 않았다.

울주오디세이를 매년 찾았던 한 관람객은 “산상음악회에 비해 출연진도 다양하고, 음향도 좋지만, 다른 공연과 차이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다른 공연과 비교하면 음향은 떨어진다”며 “울주산악대축전과 연계한 것도 좋지만, 울주오디세이만의 특색있는 콘텐츠를 유지하는 것이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안업체의 관객 과잉 제지와 출연진에 따른 잦은 객석 이탈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충분한 공간이 확보된 실내에서 열린 공연이었음에도, 보안업체의 기립 제지와 퇴장 경고 등 위협적 행동이 이어져 행사 내내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또 일부 가수의 공연이 끝나자, 가수를 가까이서 보기 위해 다수의 팬이 공연장 밖으로 나가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춘근 울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많은 관객이 공연을 즐기기 위해 울주를 찾았다. 울주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잠시나마 웃음 짓고 갈 수 있도록 내년에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