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반발에 빛바랜 ‘대사면’, 국힘 지도부 일각 회의적 기류

2023-11-01     김두수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위원장 인요한)가 1호 안건으로 결정한 ‘대사면’에 대해 김기현(울산 남을) 지도부의 최종 판단이 주목되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선 궤도수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31일 여권에 따르면 혁신위가 당내 대통합을 명분으로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 전 대표, 홍 대구시장 등에 대해 징계를 풀어주는 사면안을 제시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반발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최고위원회가 사면을 최종 추인하더라도 기대했던 정치적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혁신위는 전날 인 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대화합과 탕평을 위한 사면’ 건의를 결정했다.

이 건의안은 이르면 오는 2일 최고위원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당장 사면 대상자인 이 전 대표와 홍 시장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근본적으로 징계 자체의 당위성을 인정할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사전 교감도 없이 대사면을 언급하는 것이 일방적 조치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혁신위 발표 직후 “징계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인데 이를 또 사면한다는 것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고, 홍 시장도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들어 징계하는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들 내가 그것을 받아주겠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이번 사면안이 내용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홍 시장은 내년 총선 출마 계획이 없고, 이 전 대표는 내년 1월 당원권이 회복되는 만큼 조기 징계 해제 조치가 없어도 출마 결정에 무리가 없어서다.

하지만 내년 6월까지 당원권이 정지된 김재원 최고위원은 사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통합 대사면’의 실상이 당내 주류의 총선 출마 길 터주기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반발·잡음이 계속되자 지도부 내에서도 회의적 기류가 감지된다.

지도부 일각에선 혁신위 제안을 수용하되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통합 차원에서 하겠다는 사면을 저렇게 반대하면 무슨 통합이 되겠나. 이미 기대했던 효과는 희석돼 버렸다”고 했다.

한편, 당원권 1년 정지 중징계를 받은 김재원 최고위원이 최근 최고위원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