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오랜만입니다”…李 대표, 옅은 미소만
2023-11-01 김두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5부요인 및 여야 지도부 환담
윤대통령의 이날 환담은 현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사실상 처음 소통할 수 있는 자리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그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정부 기념식 등에서 마주쳐 짧게 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야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감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했고, 이에 따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사전환담도 불발됐다.
붉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42분께 김진표 국회의장과 함께 국회 접견실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김영주 국회부의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과 차례로 악수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오셨어요? 오랜만입니다”라고 말하며 짧게 악수했다. 옅은 미소를 띤 이 대표는 별도 답변은 하지 않았다. 앞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환담장에 들어서기 13분 전인 오전 9시29분께 미리 도착해 있었다.
5분 뒤 입장한 김 대표는 이 대표에게 “상당 기간 무리를 했으니 사후관리를 잘해야 한다. 단식하면 본인도 그렇지만 가족들이 더 애가 탄다”고 말했고, 이에 이 대표는 고개만 끄덕였다.
윤 대통령은 환담 모두발언에서 “자리를 만들어준 의장님께 감사하다. 여야, 정부가 다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저희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은데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도 예산안을 편성한 입장에서 국회가 요청하는 자료를 충실하게 잘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내가 국회의장이 되고 나서 이렇게 대통령과 여야 당 대표·원내대표, 또 5부 요인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민생 문제 해결이라는 특단의 각오를 해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사전 환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비공개 환담에서 민생 문제와 관련해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달라진 점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선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정치권의 관례를 깼다.
윤 대통령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그리고 여야 의원 여러분”이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순으로 원내대표를 호명했다.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의원 여러분”으로 연설을 시작했던 장면과 대비된다.
당시에는 민주당이 야권에 대한 전방위 수사·감사 등에 반발해 시정연설 자체를 ‘보이콧’했던 상황이었다.
이날 연설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를 채웠다. 특히 민주당 이 대표를 직접 거명하며 인사를 건넨 것도 다소 생소한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도 민주당 등 야권을 향한 협조 제스처를 취했다.
먼저 맨 뒷줄에 있던 민주당 홍 원내대표와 이 대표의 순서로 악수했다. 의석에 앉아있던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다가오자 일어선 뒤 웃으며 악수했다.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사전환담에 이은 두 번째 악수였다.
윤 대통령은 이후 연단으로 이동하면서도 통로 쪽 의석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 위주로 악수했다.
윤 대통령 입장과 함께 기립 박수를 보내던 국민의힘 의원들과 달리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지 않고 착석한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건네자 상당수 민주당 의원도 일어나 악수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