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가격표시제 의무화 구호에 그쳐

2023-11-01     신동섭 기자

의약품 가격표시제가 의무화 됐지만 지역 내 일부 약국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의약품 선택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31일 지역 한 약국. 계산대 옆에 두통약, 소화제를 비롯한 일반의약품이 진열됐지만, 일부 제품에만 가격표가 붙어있었다.

계산대 맞은편 진열대에도 일반의약품에 속하는 영양제들이 진열되어 있지만 제품과 진열대에는 어떠한 가격 표시 문구를 확인할 수 없었다.

가격표가 따로 붙어 있지 않아 약사에게 직접 문의해야 한다.

이날 약국을 이용한 최모씨는 “온라인 쇼핑 시에는 10원 단위도 꼼꼼하게 비교해 구매하는데, 약품은 가격 비교뿐만 아니라 이 약이 얼마인지 조차 약사에게 묻지 않는 이상 알기 어렵다”며 “가격 비교 앱 같은 게 있으면 합리적 소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사법’과 의약품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따르면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은 개개의 용기 또는 포장에 ‘판매가 00원’ ‘가격 00원’ 등으로 소비자가 보기 쉽고 선명하게 표시해 판매해야 한다.

표시 면적이 협소해 가격표 부착이 어려우면 케이스 또는 진열대 등에 일괄 표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의약품 가격표시제는 지난 1999년부터 시행됐다. 약국들이 판매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해 의약품 제조업체 간 담합 없는 공정 거래를 유도하는 등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조치지만, 의약품에 가격표를 명시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은 약사들의 안내대로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

더욱이 시민들은 의약품 가격 표시 의무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라, 의약품 가격을 일부 부풀리더라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실제 지난해 대전의 한 약국은 숙취해소제 3병을 15만원에 판매했다가 공론화돼 국민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비만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은 의약품 가격 표시제에서 제외된 품목이기에 약국마다 값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등 동일 브랜드 제품이라도 약국마다 가격이 상이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약품 가격표시제 홍보 및 정가 표시제 또는 새로운 가격 표시제 도입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 관계자는 “분기에 한 번씩 약국을 대상으로 종합 점검을 실시하지만, 울산 내 약국만 400여개에 달해 2년 주기로 점검 시기가 돌아온다”며 “현재 의약계는 대량 구매 시 낮은 납품가를 바탕으로 싸게 판매하는 구조다. 만약 가격 비교를 위해 모든 판매가를 온라인에 오픈할 경우 환자 유인 행위라는 위법은 차치하고 담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