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울산 HD현대일렉트릭 500㎸ 변압기 스마트공장 가보니

2023-11-10     이춘봉
“에너지 대전환 기조의 확산 속에 수요가 증대돼 전력기기 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핵심 전력기기 생산과 공급이 주력인 만큼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다.”

지난 7일 방문한 울산 동구 HD현대일렉트릭 500㎸ 변압기 스마트공장에서 회사 관계자는 “2021년을 기점으로 지난해와 올해 수주가 급격히 늘었다”며 “현재 공장 가동률이 100%”라고 밝혔다.

HD현대일렉트릭은 각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산업체나 가정 등 최종 소비군에 이르는 과정에 필요한 전력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1977년 설립된 뒤 2017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인적분할하며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공장은 300㎸와 400㎸, 500㎸, 800㎸ 등 총 4개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500㎸ 공장은 스마트공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8년 기존 공장을 철거한 뒤 건립해 2020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지상 5층 규모의 스마트공장 내부는 회의실과 사무실, 통합관제센터 등의 공간이 외벽을 중심으로 층별로 배치돼 있다. 작업 공간은 층 구분 없이 바닥부터 지붕까지 이어져 있다.

스마트공장 초고압 변압기 공정은 철심적층과 권선·중신 조립, 총 조립 등 크게 3단계로 나눠진다.

스마트공장은 원활한 작업을 위해 총 4개의 BAY로 구성돼 있는데, 생산 효율화를 위해 각 BAY 별로 작업 특성에 맞춰 공정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기존 공장 대비 대기 시간 축소·생산 인력 탄력 적용 등이 가능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게 스마트공장의 특징이다.

공장 내부에는 대규모 공조 설비를 구축하고 각 BAY 별로 이중 문과 간실을 적용해 변압기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온도와 습도, 이물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 공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불량을 일으킬 수 있는 수분 침투를 막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부분 공정은 세계 최초의 대용량 변압기용 철심 자동 적층설비 등을 이용해 자동으로 진행된다. 에어쿠션 시스템과 무궤도 이송 장치를 활용해 BAY 간 물류 이동 방법도 개선했다.

5층에 위치한 무인 통합관제센터에서는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설비·공정 관리, 생산 현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생산 능률을 향상시키고 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리자에게 모바일 알람을 전달해 각자의 자리에서 모바일이나 PC로 문제를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다.

양재철 HD현대일렉트릭 상무는 “스마트공장에서 생산되는 변압기는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사양이 달라지는 주문 생산형 제품”이라며 “지금은 미국과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납품할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공장 건설은 신의 한 수로 작용하고 있다.

2018년 기존 공장을 허물고 스마트공장을 지을 당시 세계 전력기기 시장은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었다. 당시 HD현대일렉트릭은 경영 위기 속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섰고, 이후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서 본격적인 수주 확대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유럽·중동 등 변압기 시장 호황에 따른 수요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24년까지 울산 변압기 공장 등을 증설해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수주가 잇따라 발생, 이미 생산 능력을 뛰어넘는 수주를 올렸다”며 “기존 주력 시장은 물론 신규 시장도 공략하고 신사업으로 해상풍력 발전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