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수소전기트램
지난 11월14일 오전 울산시 남구 매암동 울산항역에서는 역사적인 울산수소전기트램 시승식이 열렸다. 이날 김두겸 시장을 비롯한 150여 명의 울산시민과 함께 필자도 길이 35m에 5량으로 구성된 트램에 올랐다. 울산에서 처음 타 본 실물 수소전기트램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나라에서 일부러 트램을 타 보았고, 트램 관련 서적과 자료도 읽어 왔기에 울산 트램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장에 함께하면서 느낀 감동은 남달랐다.
시승했던 트램은 흔한 일반 전기 트램이 아니라,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서 전기를 만들어서 달리는 차량이다. 시승 승객으로 가득 차서 빈공간이 없었지만, 트램 내부 설비나 주행 승차감은 아주 우수했다. 차량을 설계, 제작하고 있는 현대 로템 관계자는 “지금 달리고 있는 선로가 오래된 화물선 전용선로여서 선로 연결부위의 틈 때문에 덜컹거린다”는 설명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장차 이 수소전기트램이 달리게 될 울산 트램 1호선 등은 이런 덜컹거림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시승한 차량에서 느끼는 그런 진동과 소음조차도 기분좋게 느낀 사람이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실증 중인 울산 수소전기트램이 세계 최초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린수소가 전면 공급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잘 알려진 것처럼 울산은 지역 내 석유화학 공단의 공정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넘는다고 한다. 이 수소는 자유롭게 이동하는 승용차보다는 일정 구간만 달리는 트램에 특화된 연료가 될 수 있다. 승용차의 경우는 수소충전소라는 생태계 구축이 쉽지 않지만, 트램은 차량기지 한곳에만 수소 저장 공급 시설을 갖추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소전기트램은 ‘달리는 공기청정기’라고도 불린다. 수소연료전지차와 같은 원리로 전력 생산을 위해 공기를 흡입하면서 필터를 거치는 과정에서 대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 로템에서 생산하는 수소전기트램은 운행 시간당 약 800마이크로그램의 미세먼지를 정화하고, 107.6㎏의 청정 공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온실가스 배출 감소와 미세먼지 감소 효과 등 환경 절감 비용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 2억2700만원이나 된다고 한다. 게다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도 수소를 연료로 이용한 철도 차량 생산이 추진되고 있지만 트램 형태로 도시 대중교통에 도입하는 것은 울산이 세계 최초라고 하니 더욱 의미가 크다.
이 외에도 울산 수소전기트램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은 더 있다. 차량 외관이 미려하고 도시 경관과도 조화를 이루는 한편, 도시를 상징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시민의 자긍심도 높여 줄 수 있다. 젊은이들이 지하철 없는 도시를 한 수 아래로 보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울산 수소전기트램은 차량에 탑재된 수소탱크와 배터리로 달리기 때문에 선로 바닥이나 공중으로 전기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이 점도 도시미관 증진에 큰 보탬이 된다. 차량 바닥 높이도 35cm에 불과해서 노약자나 휠체어, 유모차 등을 별도의 설비없이 자력으로 안전하게 승ㆍ하차가 가능하다.
도시교통 측면에서 보면 특히 울산 트램 1호선은 광역철도를 보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운행 중인 광역철도는 울산시가지 동쪽에 치우쳐서 남북으로 달리고 있고, 제4차 국가 철도기본계획에 반영된 동남권광역철도와 순환철도 또한 노포동-웅상-무거-범서-KTX울산역-양산으로 이어져서 무거에서 태화강역 구간이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광역철도 운행 효과 극대화는 울산 트램 1호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울산시는 트램 도입에 맞추어서 대대적인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준비 중인데, 장거리 굴곡 노선을 줄이고, 철도역을 중심으로 도심 노선을 더욱 편리하게 갖추게 될 것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사견 하나를 덧붙이면, 차제에 가장 ‘울산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트램 노선 도입도 검토했으면 좋겠다. 태화강-강변도로-국가정원-무거 노선 같은 경우다. 대중교통과 관광 기능을 동시에 만족하는 트램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 소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