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1)]말의 힘

2023-11-24     경상일보

태초에 조물주는 우리 인류에게 말을 주었다. 그래서 인간이 지금까지 지구에서 모든 다른 동물을 지배하면서 이 지구의 주인으로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민족들이 이 말로써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꽃 피우며 살아오고 있다. 한편으로 오늘날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과학 문명을 발달시킨 것도 이 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런데 인간이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또한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말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하고 그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 동서고금 수많은 선지식인들이 한결같이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굳이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의 이야기를 들지 않더라도 말의 중요함과 그 힘은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곳곳에서 누구나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리고 말은 사람의 생각에서 나오니 말이 곧 사람이라는 대전제도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 말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어떤 때,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남들과 더불어 더 잘 살아갈 수 있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자기의 뜻을 상대에게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으며 상대를 감동시키고 잘 설득시킬 수 있을까. 누구도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다. 말하기는 말할이와 들을이의 복잡한 관계와 심리적 상태 그리고 말하는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 변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만큼 말하기가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국어 교과에서 듣기와 말하기를 가르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광복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 바뀌어 온 교육과정에 이 듣기와 말하기 교육내용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제시되어 왔었음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올바로 가르치고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초중고를 거쳐오면서 국어시간에 몇 번이나 발표했는지, 토론, 토의, 회의, 협상 등 다양한 말하기에 대해 언제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배운 적이 있는지. 또 그런 말하기를 실제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기나 했는지.

인간의 삶에서 듣기와 말하기가 그렇게 중요함에도 지금까지 우리 교육에서 이것을 등한시해 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정답은 없을지라도 우리의 삶을 성공적으로,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언어규범이나 언어질서 그리고 그 방법이 무엇인지 한번쯤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국어국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