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새로운 시작을 앞둔 수험생 여러분에게

2023-11-27     경상일보

11월초까지도 낮엔 덥다고 느낄 정도로 날씨가 좋더니 금방 낮 기온이 뚝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함께 입시철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 구청 직원 자녀들도 여럿 수능을 본 것으로 알고 있다. 노력한 만큼의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시험이라는 것이 늘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뉴스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사를 접하다 입시철인 요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떠올라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30년도 훌쩍 넘은 옛 기억을 떠올렸다.

필자는 뒤늦게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고 박사 학위도 받았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공부할 시기를 놓쳐버린 탓이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친구들이 대학에 갈 때 공장에 취직해 일을 했다. 그 곳에서 평생의 은인을 만나 대학이라는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공장 사장님이 성실히 일하던 나를 좋게 보셨는지 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대학 공부는 정말 재미가 있었다. 그때 나는 미래를 생각하고 꿈을 꿨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내게도 꿈이 생긴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학부 과정에 이어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까지 마쳤고 대학 강단에도 설 수 있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사장님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도 내가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은 그때의 소중한 기억 때문이다.

필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야 할 자리가 생기면 늘 그 시절을 떠올린다. 특히 학생들 앞에 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이야기를 전하며 꿈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나는 ‘나에게 꿈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꿈을 꿀 여유가 없다고 여겼다. 지금 돌이켜 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뒤늦게 꿈을 가졌더니 희망이 생기고 인생에 목표라는 것이 생겼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게 힘들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즐거웠다.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믿음이 생겼고 자신감도 커졌다.

오죽하면 ‘남의 꿈을 빌려서라도 꿈을 꾸어라’고 할까.

나는 내가 꾼 꿈을 하나하나 현실로 만들기 시작했다. 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 앞에 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시의원, 구청장 자리까지 왔다.

필자는 학생들을 만나면 “뭐가 되고 싶냐”고 묻지 않고, “뭐가 하고 싶냐”고 묻는다.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일은 있다. 지금 당장, 며칠 후에, 몇 년 후에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꿈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꿈을 꾼다.

수능시험이라는 앞만 보고 달려온 학생들에게는 수능이 꼭 인생의 끝인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수능은 인생이라는 버스를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중에 지나치는 수많은 버스정류장 중 하나일 뿐이다. 조금 규모가 큰 환승 정류장 정도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꿈을 꾸라고. 지금 당장 꿈이 없다면 꿈을 꿀 준비는 해 두라고. 꿈을 만났을 때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 두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것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누구나 하나쯤 잘 하는 게 있다. 내 장점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장점을 발전시켜 보길 바란다. 어느새 여러분은 그 장점을 가진 최고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되는 법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수험생 여러분 모두의 밝은 앞날을 응원한다.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