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울산 ‘지능형 선박’ 잰걸음, ‘디지털 조선’ 박차 가해야
울산 조선·해운업계가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에서 탈피해 정보통신기술( ICT)을 융합한 데이터 기반 ‘스마트십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십(지능형 선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수집, 관리, 분석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시스템인 ‘스마트십 데이터 플랫폼’ 개발과 실증 완료가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내년부터는 생태계 조성 기반 환경을 확보하고 ‘국제 표준화’에 나선다고 한다. 잘하면 울산이 세상을 지배하는 조선·해운업 표준 도시가 될 수 있다.
울산 조선업은 업황 장기불황으로 수주절벽과 구조조정의 고통을 겪은 바 있다. 울산이 미래에도 ‘조선 메카’로 번영하려면 ‘탈탄소·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울산항만공사,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30일 ‘2030년 조선·해운·항만 디지털 전환 콘퍼런스’에서 스마트십 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업 성과를 공개했다. 지난 2021년 4월부터 HD한국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와 해운사, 기자재업체, ICT 개발사,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오픈소스형 플랫폼 개발, 선박 실증 및 상용화, 데이터 분석 서비스, 스마트십 개발 실증센터 구축 등 데이터 기반 조선·해운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스마트십 데이터 생태계가 구축되면 조선·해운업계의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 안전성 향상 등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저가 수주와 자국의 물량으로 경쟁하는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디지털 조선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 HD현대는 이날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 조선해양, 에너지 등 사업 전반에 AI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울산 조선업계는 10년 만에 찾아온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를 누렸다. HD중공업과 미포조선을 거느린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136%)했다. 조선 빅3 중 유일무이한 성과다. 무엇보다 수주의 질이 향상됐다. LNG 운반선에 더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암모니아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위주로 수주 선종을 넓힌 성과다.
울산 조선업이 일본, 중국과 격차를 더 벌리려면 초격차 기술로 ‘생산성 향상’과 ‘가치 고도화’를 꾀해야 한다. 그러려면 AI 기술과 스마트·자율운항·에너지 저감기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조선’으로의 전환이 선결 과제다. 울산시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R&D 투자와 함께 조선·해운업계의 변화와 혁신 열정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