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관광시설보다 문화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
신라 643년에 태화사와 함께 세워졌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됐던 태화루가 2014년 3월에 전통 건축양식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산업도시로만 알려졌던 울산에 밀양의 영남루(보물), 진주의 촉석루(경남 유형문화재)와 함께 영남의 3대 누각으로도 알려진 태화루가 다시 위용을 나타내며 역사를 이어가는 도시로 자긍심을 가져왔다. 이런 태화루에서 지금까지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렸다. 우리 전통춤과 음악을 선보이는 누각 상설 공연과 시민들의 인문학 감성을 가득 채울 태화루 인문예술 아카데미, 지역 예술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태화루 열린 갤러리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이런 것이 부족한지, 울산시는 관광 인프라 확충을 위해 태화루 남쪽 용금소 절벽에 스카이워크를 추진 중이다. 게다가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하천점용허가 협의, 공원관리계획 변경 심의, 주민설명회 등이 없는 상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용금소 스카이워크 설치 사업에 번지점프대, 공중 그네 등 체험놀이 시설을 추가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미투 전략’이다. 시장에서 겪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시장의 일정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것 같다. 하지만 스카이워크만 하더라도 인근 부산에만 남구 용호동 오륙도, 해운대구 청사포 다릿돌 전망대, 서구 암남동 송도 구름 산책로 등이 있다. 울산시가 벤치마킹을 실시했던 전남 진도 울돌목 스카이워크는 물론이고,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수십 곳이 나올 정도다.
번지점프대가 추가됐지만, 선발주자의 성공을 보고 따라 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다. 쉽게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에서 비슷비슷한 관광자원은 차별화된 매력을 보이기 어렵다. 후발주자는 아예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될 수 있다.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모르고 남만 따라 하다가는 몇 년이 지나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될지도 모른다.
관광객은 시설물을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 속에 담긴 콘텐츠를 즐기러 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영국의 내셔널갤러리, 영국박물관에 많은 관광객이 들어간다. 시설이 아닌 그곳에 있는 수많은 명화와 보물을 보기 위해 찾는 것이다. 또 버킹엄 궁전 앞 수천명의 인파도, 국왕 근위대의 궁전 보초 교대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매일 몰려드는 것이다.
울산을 알리고 관광객을 유인하고자 한다면 때로는 남들과 다른 울산만의 문화자산으로 대결하는 모험적이고 때로는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적당히 실패하지 않을 문화 상품을 내놓는 것보다 먼저 시도해서 ‘대박’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 적어도 울산의 소중한 문화유산 옆에 남들이 다 하는 시설물을 꼭 설치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전상헌 문화부장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