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영남알프스 완등사업, 과열경쟁은 역효과 부른다

2023-12-05     경상일보

내년에도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사업’이 시행된다. 대상 산은 가지산,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천황산, 재약산, 고헌산, 운문산이다. 내년 1월1일부터 선착순 3만명을 대상으로 인증서와 기념메달을 지급할 계획이다. 2024년 메달의 배경 산은 영축산이다.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사업은 그동안 울산지역 자치단체들이 벌인 많은 관광활성화 정책 가운데 드물게 성공한 ‘히트작’이다. 실제 언양시장이나 등억온천지구 숙박시설 등에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한다.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사업을 모델 삼아 여러가지 등산 아이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시민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파급 효과가 큰 사업도 없을 듯하다.

그런데 이 사업이 워낙 알려지다보니 과열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산악사고가 잇따르고 영남알프스 홍보라는 당초의 취지도 무색해지고 있다. 산악인들의 과열경쟁은 등산을 통한 건전한 산행문화 조성이라는 목적 대신 기념메달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울주군은 ‘한 달에 3봉’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울주군의 이같은 검토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 선착순으로 메달을 독차지한다면 직장 일에 쫓겨 등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체력이 되는 사람들은 불만이 있겠지만, 서민 등산객들에게 한달에 3개 봉우리를 오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올해 완등 인증사업은 5월말에 이미 완료돼 3만개가 조기 소진됐다. 새해 초부터 5월까지는 등산객이 몰려 혼잡이 빚어지고 5월 이후에는 등산객이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등산객들은 “메달만 따면 된다는 생각에 새해부터 하루 3개 봉우리씩 3일안에 끝내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영남알프스 완등 사업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산악 동호회가 단체로 참가해 서민들은 오히려 외면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새 울산지역 산악사고 증가율은 약 62%에 이른다. 2018~2022년 울산에서 발생한 산악 사고는 총 1604건으로 연평균 320건이다. 2018년 236건에서 2021년 403건으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는 383건을 기록했다.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사업은 전국적으로 산악관광객을 끌어들인 공도 있지만 ‘영남알프스는 울주군의 것’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못박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사업이 앞으로도 더욱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으려면 과열경쟁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