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인·구직 불일치 해소가 탈울산 해법
산업도시 울산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떠난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선 등 일부 업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청년들에겐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분위기다. 자연히 그런 자리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일자리는 적은 반면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자리는 넘쳐나는 구인구직 불일치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최근엔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공공기관 정원도 줄어들면서 울산의 청년 취업 기상도는 더욱 흐려진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 공공기관 9곳의 정규직 채용 규모는 1312명에 그쳐 지난 2018년 대비 41.95%(-948명)나 감소했다.
올해 역시 공공기관의 정규직 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적인 취업 한파지만 청년 선호도가 높은 일자리 부족을 호소하는 울산으로선 청년들의 탈울산을 계속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전에 한 공공기관 채용 관계자와 인터뷰때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울산에는 공공기관 외에도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데 어느 순간 양질의 일자리는 공공기관과 대기업뿐이라는 잘못된 고정관념이 생긴거 같다. 공공기관도 일반 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고스펙’의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로 인식되는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올 상반기 킹산직으로 불리는 현대자동차 기술직 채용때 IT업계 경력자란 한 청년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경쟁없이 살고 싶다’고 채용 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학창시절 장래희망을 적는 칸에는 과학자, 아나운서, 검사, PD, 방송작가, 패션 디자이너 등 꿈이 다양했다. 하지만 경기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문직 등 취업 만족도 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 선호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특히 울산은 청년들의 선호도가 낮은 제조업 중심의 일자리가 많아 불일치가 더 심하다.
기업과 청년들의 일자리 불일치를 위한 노력이 청년층의 탈울산을 막는 해법이 되는 셈이다. 매년 열리는 울산포럼에서 일말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다양성은 물론 주거, 업무, 문화 등 ‘직주락’ 공간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제조업 일자리 특성상 여성 일자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한다.
기업과 청년들의 일자리 불일치는 복합적인 문제들이 작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찾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때다. 권지혜 정경부 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