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26)]설중동백을 기다리며
필자가 사는 영남알프스 기슭에도 동백이 피었다.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는 동백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맘 때 피는 동백은 ‘애기동백’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백과 거의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동백보다 꽃이 작고 잎도 작아 애기동백이라고 한다.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꽃이 피어 ‘늦동백’ 또는 ‘서리동백’이라고도 부른다. 이 꽃은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동백은 한자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산다화(山茶花)로도 통용된다. 산다화에 차 다(茶)를 쓴 것은 이파리가 차나무 잎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실제 동백잎을 차로 끓여 먹기도 한다. 산다화는 글자 그대로 ‘산에 피는 차 꽃’인 셈이다.
백설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차가울사록/ 사모치는 정화(情火)// 그 뉘를 사모하기에/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동백’ 전문(정훈)
다산 정약용은 동백나무, 즉 산다(山茶)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산다(山茶)는 남쪽지방에서 나는 가목(佳木)으로 <유양잡조(酉陽雜俎)>라는 책에는 ‘산다는 키가 높고 꽃의 크기가 치를 넘으며 색깔은 붉고 12월에 핀다’라고 되어 있다. <본초강목>에는 ‘산다는 남쪽에 나고 잎은 차나무와 매우 닮았고 두터우며 한겨울에 꽃이 핀다’라고 했다. 소식(蘇軾)의 시에 ‘불꽃같은 붉은 꽃이 눈속에서 핀다(爛紅如火雪中開)’라고 했다. 내가 강진에 있을 때 다산(茶山)에 많은 산다를 심는 것을 보았다. 그 화품은 적으나 잎은 겨울에도 푸르고 꽃이 많이 달린다.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리에 바르면 윤기가 나고 아름답게 보이므로 부인들이 소중히 여긴다.”
동백은 유럽으로도 전해졌는데, 18세기 말 선교사였던 카멜(Kamall)이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백을 뜻하는 영어 단어 Camellia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후 동백은 A.뒤마의 소설 <동백 아가씨(La Dame aux Camelias)>에 등장했고, 이어 일본에서는 이를 ‘춘희(椿姬)’라고 번역했다. 베르디는 이를 토대로 그 유명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만들어냈다. 한국의 국민가수 이미자는 ‘동백 아가씨’라는 노래로 여인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대설(大雪)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훈 시인의 시처럼 ‘백설이 눈부신’ 설중동백을 올해는 볼 수 있을런가.
이재명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