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가족 살해 후 극단선택’ 올 하반기에만 4건
울산지역에서 올 하반기에만 ‘가족 살해 후 극단선택’사건이 이례적으로 4건이나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지원책 등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4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올 8월 이후 이러한 극단적 사건이 연달아 4번이나 발생했다.
지난 8월 울산 남구에서 40대 가장 남성이 부인과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지난 9월에도 울산 북구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 지적장애가 있는 30대 아들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10월 한부모 가족이던 40대 여성과 두 아들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2여개월 만인 12월1일 또 일가족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일가족 사망사건은 대다수 생활고로 인한 신변비관으로 파악된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 급격한 생활고를 겪거나 한부모 가족, 장애자녀로 인한 지원금을 받으며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 사건은 전국적으로도 계속되고 있는 추세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아동 56명이 자살 결심한 부모나 보호자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지난 2019년 42명의 아동학대로 사망한 아동 중 9명, 2020년 43명 중 12명, 2021년 40명 중 14명, 2022년은 50명 중 14명이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 사건으로 나타났다.
김대근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아내는 물론 자식을 자신이 처분할 수 있는 권리로 착각하는 가부장적 성격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이에 가족구성원 각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일 울산 사건 포함 대부분이 채무에 의한 생활고 압박을 받아왔는데, 회생이나 파산에 놓일 경우 제도를 통해 개인이 구제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줘야 한다”며 “빚의 압박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제도적인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 북구 일가족 사망 및 화재(본보 12월4일자 6면) 관련, 4일 경찰은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합동감식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인화성 물질이 담긴 비닐봉지가 발견돼, 40대 아버지인 A씨가 집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서와 수면제 등은 별도로 발견되지 않았으나, 현장에 있던 생수병과 술병 등에 관련 성분이 포함됐는지 감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과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건 원인 및 경위 파악을 진행하고 있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