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실천의 온기, 겨울을 녹이다
계묘년 새해의 일출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한해의 끝자락에 접어들어 대설(大雪)이 코앞이다. 매서운 찬바람, 두꺼운 옷차림, 거리에 풍기는 달콤한 붕어빵 냄새가 낙목한천이 곧 머지않음을 실감케 함과 동시에 겨울철 화재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 또한 지울 수 없게 한다. 기온이 떨어짐에 따라 가정이나 직장에선 난방기구의 사용이 증가한다. 하지만 사용에만 급급한 나머지 관리소홀, 안전수칙 미준수 등과 같이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 발생 또한 증가하여 겨울철 난방기기 사용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기장판으로 인한 화재는 총 168건으로 사망 3명, 부상 1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전기히터, 스토브의 경우 158건의 화재가 발생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8명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추운 겨울, 집 안 곳곳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난방기기는 분명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해주는 물건임은 틀림없지만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 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모든 걸 앗아 갈 수 있는 존재로 돌변할 수도 있다.
하인리히의 연쇄성 도미노 이론은 수십 차례의 잦은 사고가 발생하면 언젠가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이론으로 사고의 원인은 개인적 결함이 직접적 원인이 되므로 개인적 결함을 제거하면 재해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방 기관은 매 겨울철 난방기기 화재를 대비하여 다양한 화재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고 있지만 실상은 늘 반복되고 있다. 도미노 이론에선 사고의 발생과정을 5단계로 나누고 있다. 이 중 3단계인 사고와 직결되는 불안전한 행동 또는 불안전한 상태를 야기하는 개인적 결함의 원인으로 지식의 부족, 의욕결여 등을 그 원인으로 들고 있다.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불안전한 상태를 그대로 방치하게 되며 직접 불안전한 행동을 하게 됨으로써 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 의욕이 결핍된 사람은 자신은 그것을 지키지 않아도 부상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속단하는데 이러한 안전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의 결핍이 곧 불안전한 행동을 만들고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난방기기는 KC 등 공인 인증 제품을 사용할 것, 사용 전 손상 또는 고장 여부를 확인 할 것, 단독형 콘센트를 사용할 것, 기기 주변 가연성 물질을 제거할 것 등등 사용안전수칙과 같은 지식적인 측면에선 각종 언론과 매스컴을 통해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았기에 개인적 결함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의지적인 측면이라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지식들을 인지하고 있다하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원인해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인리히는 천재지변을 제외한 모든 인재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재해예방 4원칙 중 이러한 사고 예방을 위해선 안전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관련 기관들이 수립하여 시행하는 수많은 안전대책들 보다 사실상 최고의 안전대책은 ‘안전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 실천’이다. 한 사람의 실천으로 내 가정이, 열 사람의 실천으로 우리 주변의 모든 이웃이 안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천 길 제방도 땅강아지와 개미구멍 때문에 무너지고 백 척이나 되는 집도 굴뚝 틈새의 불씨로 잿더미가 된다”고 한비자가 말했듯 세상엔 적은 힘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을 손쓰지 않았다가 낭패 보는 일들이 흔하다. 개인의 결함을 극복함에 있어 그리 많은 노력이 요해지는 것이 아니다. 어찌보면 우리 모두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예방할 수 있는 사소함의 문제다. 순간의 편안함에 취해 소중한 것을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기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안전 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올 겨울 시민 여러분들께서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을 보내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함께하는 안전문화는 커져가는 행복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 여러분들께서 늘 안전에 관심 가져 주시길 거듭 당부 드리며 아울러 남은 올 한 해가 ‘안전’으로 끝맺어지길 기원한다.
공해용 동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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