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올해의 단어와 사자성어

2023-12-06     경상일보

교수신문이라고 있다. 주로 대학과 교수들 관련 문제나 소식을 다루는데 독자층이 그러하니 내용이 어렵고 무겁다. 대학에서 정년을 맞이했고 명예교수로 있으면서도 다른 분야의 글은 이해하기 어려우니 문외한이란 말을 실감한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연말이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였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11일 발표한다. 2023년에 후보로 오른 5개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 남우충수(濫芋充數), 도탄지고(塗炭之苦), 적반하장(賊反荷杖), 제설분분(諸說紛紛)이다. 응답자는 순위 없이 2개를 선택한다. 전체적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이 올해의 사자성어가 되는 것이다. 교수신문측은 투표를 하면서 사자성어의 뜻을 간단히 적어 보냈는데 그것을 그대로 옮겨 본다.

견리사의(見利思義)와 닮은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이익을 접하면 의로움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이익만 챙긴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극도의 견리망의 현상이 난무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가족도 버리고 친구도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기업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익을 좇기에 바쁘고 의로움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처음 볼지도 모르는 “남우충수(濫芋充數)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들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이다. 무능한 사람이 재능 있는 척 하거나 실력이 없는 사람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혜롭고 현명한 사회 지도자를 비롯한 각종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도탄지고(塗炭之苦)는 진흙탕이나 숯불 속에 떨어졌을 때 느끼는 괴로움을 의미한다. 코로나19와 전세 사기 등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밀어닥쳐서 민생고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국민의 생활고를 나타내기에 적합하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은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을 해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 무능한 국정 운영의 책임은 언제나 전 정부 탓, 언론의 자유는 억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기만을 반성해야 한다.” (대통령의 행실?을 예로 들고 있는데, 적절한지는 모르겠다.) “제설분분(諸說紛紛)은 여러 의견이 뒤섞여 혼란스럽다는 뜻이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으면서 자기의 의견만 주장하다 보니 섣부른 의견이 정제되지 않고 마구 뒤섞여 다툼으로 증폭되어 사회가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여기까지다.

그런데 겨울이라서 그런지 나는 왜 ‘제설분분’이 함박눈과 같은 눈이 펄펄 날리는 모습으로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뉴스를 보면 정신이 이상해질 것만 같다. 최근에 1심이 유죄로 판결난 한 사건은 울산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미루다가, 미루다가, 정권이 바뀐 후에 판결이 난 것인데 피고가 항소, 상고를 하면 국회의원 임기 다 채우고 나갈 것이다. ‘쎈노옴’에 대한 재판은 이래도 되는 건지,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만 같아 막힌 기가 또 막힌다.

메리엄 웹스터 사전은 이미 올해의 단어로 ‘Authentic(진짜인)’을 선정했다. 가짜 뉴스가 얼마나 판을 치면 정본, 원본, 진본, 진실이 중요하다고 했을까? 뉴스는 사실(팩트)을 전달해야 하는 것 아니던가? 면책특권이 있다고 사실 확인도 없이 떠들어놓고 평지풍파를 일으켜도 아니면 말고로 끝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아니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선거 때는 재래시장을 굽실거리며 생면부지에도 덥석덥석 악수를 청하면서, 민초를 위한 공복이니 잘하겠다고 해놓고는 되기만 하면 기고만장에다 엉망진창이다.

12월 4일, 영국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OUP)가 2023년, 올해의 단어로 ‘리즈(Rizz)’를 선정했다. BBC 등에 따르면 영미권 Z세대(1997~2012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단어, ‘리즈’는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뜻을 가졌으며 ‘카리스마(charisma)’에서 파생된 신조어란다. 단순히 잘 생기거나 예쁘다는 뜻보다는 알기 어려운 묘한 매력이 있을 때 리즈가 있다고 하는 모양이다. 꾸미고 선동을 한다고 리즈가 있어 보일까? 다 큰 수박 속이 빨갛고 달아서 딸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열매 맺히고 그만큼 크는 시간보다 더 걸린다. 제아무리 커도 달지 않은 수박이라면 어디에 쓰겠는가?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를 부는 체하는 남우(濫芋)는 그래도 약과다. 거짓과 술수로 권력을 차지하고는 들통이 나자 잘못된 재판이란다. 적반하장이다. 아니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