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반디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만난다

2023-12-07     경상일보

12월이 되었다. 한해의 마지막 달이기도하고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반디교실’이 문을 닫는 시간이기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학기로 구분되는 반디교실은 계절별로 8~10회 정도 진행이 된다. 신청한 아이들과 함께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연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것이 큰 바램이라서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호흡을 한다.

반디교실이 열리는 궁근정의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는 주변 환경이 좋은 편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냇가가 있고 그 물줄기들을 따라서 논들이 있다. 이른 봄 냇가에 핀 갯버들을 활용해서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어 보기도 한다. 삐삐삐~ 소리가 나면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한무더기 알을 낳는 모습과 둥그렇게 말발자국 모양의 알을 낳는 도룡뇽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운동장을 뛰어서 반디교실이 있는 2층으로 달려온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일이지만 표정에서 보여지는 그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어디로 가냐고 물어본다. 물론 대답은 자연의 품이다. 달뿌리풀이 냇가를 따라서 자라는 모습을 보면 여름이 찾아온 것이다. 냇가 근처에는 귀제비의 집들이 있다. 2022년에는 아이들과 귀제비집 조사를 했었다. 118개의 귀제비집들이 산재하고 있다. 제비집은 열린 공간에 집을 짓고 귀제비는 닫힌 공간의 집을 짓는다. 집의 형태를 보고 귀제비의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마귀가 잠자리를 잡아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살려주자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미 먹히고 있어서 곤란했다. 때마침 잠자리는 알을 낳았다. 그 알을 채집해서 변화하는 과정을 알아보기로 했다. 노란 알의 일부는 검정색으로 변해갔다. 풀벌레 소리들이 밤을 수놓는 계절이 왔다. 가을의 끝자락 풀밭에는 홀쭉귀뚜라미가 뛰어다닌다. 얼핏 보면 메뚜기같이 폴짝거리지만 소리를 내지 않는 홀쭉귀뚜라미다. 북한 이름은 벙어리귀뚜라미. 물론 반딧불이도 만난다. 애반딧불이 애벌레를 냇가에 놓아주기도 하고 번데기 과정을 거쳐서 성충으로 변화하는 과정도 관찰할 수 있다. 꼬리명주나비의 한 살이도 관찰하고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도 봄에 씨앗을 심어서 키운다. 가을이 오면 20㎝ 정도 자란 쥐방울덩굴을 들판에 심어준다.

12월 둘째주가 되면 아이들은 이곳에 오지 않는다. 겨울학기의 마지막 주이기 때문이다. 겨울 바람같이 차갑고 매서움이 아니라 따스한 온기가 넘치는 것은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고 옛 기억을 더듬어 그 자연의 소중함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찬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애반딧불이는 12월 중순 경에 겨울 잠을 잔다. 다음 계절을 위해서 자연속에 몸을 맡겨야하는 시간들이다. 나도 긴 겨울 잠을 자야 한다. 너도바람꽃이 필 때까지.

김강수 별빛반딧불이복원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