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원전지원금이 뭐길래

2023-12-18     차형석 기자

울산 울주군 온양읍이 요즘 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가 지원하는 ‘사업자 지원사업’ 때문에 시끄럽다. 온양지역 곳곳에는 “한수원은 사업자지원금 투명성 제고 위해 제도 개선하라”, “원전사업지원금 집행내역 주민들에게 공개하라”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원전지원금을 놓고 주민들, 또 주민단체 간 사분오열 양상이다.

조용하던 동네가 갑자기 왜 이렇게 됐을까. 발단은 새울원전이 하반기에 2024년도 사업자지원사업 공모 접수를 완료하고, 내년 사업계획서를 한수원에 제출하면서다. 원전지원금으로 이뤄지는 사업은 기본지원사업, 사업자지원사업, 특별지원사업 등이 있는데, 사업자지원사업은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전소 주변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환경개선, 복지향상 등을 위해 시행하는 사업으로 주민단체·기관 등이 공모를 거쳐 직접 집행한다.

새울원전의 내년도 사업자지원사업 전체 지원액은 104억원이며, 이 중 주변지역인 서생면에 47억원, 온양읍에 23억원, 주변외지역 33억원 가량 배분된다. 이들 지역에서 공모 접수를 받아서 사업계획도 확정됐다. 그런데 온양지역의 일부 주민단체들이 이 같은 공모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며 문제 제기를 하면서 불거졌다. 지역심의위원은 총 16명인데 온양읍 위원 4명 중 3명이 동의하지 않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3명의 위원을 비롯한 일부 주민들이 울주군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 온양지역 단체들은 “지원사업 공모 접수 협의 과정에서 지역위원회 회의 등을 안 거치고 위원들 개별로 동의를 구했다. 주민을 대표하는 지역위원들이 의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은 잘못됐고,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찬성하는 단체들은 “상당수 주민들은 찬성하는데 3개 단체의 장이 본인들이 속한 단체의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 신청한 것이 협의 과정에서 축소되거나 탈락하자 예비비 사용으로라도 확보하고자 길들이기 차원에서 압박하는 것”이라며 이들 단체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민들간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올해 조건부로 변경 승인된 ‘왕벚나무길 조성사업’으로 시행 주체가 온양읍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사업 자체가 붕 뜬 상태가 되며 6000만원의 사업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원전 기본지원사업 관련해서도 올해 상반기 온양초 뒷산을 매입해 온양읍청사 주차장으로 조성하려다 총동창회와 학교측 반대로 무산되면서 지역 민심이 갈라지기도 했다. 온양의 한 주민은 “원전지원금 때문에 주민들이 네편, 내편으로 갈려서 싸우는 모습이 너무 볼썽사납고 안타깝다”고 했다.

원전지원금 관련해서는 비단 울주 뿐 아니라 기장, 영광, 울진 등 원전이 위치한 곳마다 갈등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단체들은 단체가 아닌 전체 주민을 위해 지원금이 쓰여지도록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또 한수원은 ‘돈만 주면 끝’이라는 식의 지원에서 벗어나 공모과정에서부터 원전지원금이 원칙과 기준에 따라 올바르게 집행되고 쓰였는지 철저한 관리 감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