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잇단 문화재 낙서·훼손, 시민의식 고취부터 먼저 해야

2023-12-20     경상일보

지난 16일 경복궁 영추문 근처에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함께 사이트 두 곳의 이름을 쓴 낙서가 확인됐다. 이어 17일에는 비슷한 장소에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명이 적힌 낙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비슷한 장소에 두 차례나 낙서가 발견되자 혼비백산해 경비를 대폭 늘리는 등 순찰을 강화했다.

문화재 낙서나 훼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문화재 낙서가 뉴스로 대서특필되는 것은 문화재가 우리의 민족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가 훼손된다는 것은 우리 고장,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신이 훼손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울산지역에서도 그 동안 문화재 낙서와 훼손이 무수히 많았다. 이번 기회에 문화재 담당기관의 정책을 새로이 다듬고 시민들의 의식을 다시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2017년 9월28일 40대 남성이 울산 언양읍성 영화루 성곽 아랫부분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의미를 알 수 없는 욕설 등의 낙서를 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조사결과 그는 정신 이상자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문화재 관리 측면에서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이에 앞서 지난 2011년에는 국보 147호인 천전리 각석에 서울의 한 고등학생이 낙서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촉발시킨 바 있다. 또 인근 경주에서는 지난 2017년 8월 술에 취한 대학생 3명이 국보 제31호인 첨성대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다가 적발됐다. 지난 2008년에는 대한민국의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을 화재로 완전히 잃을 뻔한 적이 있다.

울산지역에는 현재 164개의 문화재가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예를 들어 시 문화재인 강동 주상절리 일대의 경우 여름마다 야영·취사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어 주상절리 자체가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문화재를 관리하는 기간제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문제다. 개운포 성지의 경우 근로자들이 비닐로 만들어진 간이초소에서 일하고 있는데, 화장실조차 없어 빈집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나 종교 예술 등에 대한 무지로 문화재를 훼손하는 행위를 ‘반달리즘’이라고 한다. 낙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문화재의 중요도를 가리지 않는다. 울산에도 낙서광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가정원 십리대숲 대나무에 마구잡이로 낙서를 하는 사람들도 그런 부류라고 할 수 있겠다. 일벌백계도 중요하지만 시민의식부터 바꿔야 문화재를 보전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한순간의 추억이겠지만 그 짧은 추억이 몇 천 년의 역사를 망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