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2024 울산 늘봄학교에 대해

2023-12-20     경상일보

울산시교육청이 내년부터 ‘늘봄학교’ 운영을 도입한다.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전후로 학생들이 양질의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정과제이다. 입학 직후 3월 한 달간 조기 학교로 인한 돌봄 공백을 해소하고, 안정적인 학교 적응을 지원하고자 정규수업 이후에 진행하는 맞춤형 방과 후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아침·오후·저녁 돌봄과 틈새 돌봄 등 학교 여건과 수요를 고려한 다양한 돌봄 모델도 개발한다. 그리고 초등 50개교 학교를 선정해 선도학교로 지정하고자 한다.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 소리이다. ‘늘봄학교’에 관한 예산을 확보하고 한시적 기간제 교원을 배치해 행정인력을 보충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벌써 돌봄전담사와 교원 사이에서 ‘늘봄학교’의 업무 분장에 대해 말들이 많다. 공문 하나에도 서로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며 재지정을 요청한다.

‘늘봄학교’는 초등돌봄과 방과 후 학교의 연장선과 같은 형태라고 생각한다. 초등에서는 방과 후 학교와 초등돌봄이 들어온 이후 교사들의 업무는 배가 되었다. 특히, 장소만 제공한다고 했던 방과 후 학교 업무는 전담 보직 교사가 있을 정도이다. 방과 후 학교의 전담 보직 교사는 방과 후 강사의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느라 늘 바쁘다. 말이 행정적 업무이지 한달에 한 번 강사비를 지출하고 수익자 부담으로 운영되는 방과 후 학교의 방과 후 비를 걷기 위해 학부모에게 문자와 전화를 돌린다. 이를 하고 있자면 많은 교사는 내가 교사인지 학원 원장인지 헷갈린다는 농담을 할 정도이다. 또한 한시직으로 일하게 될 초등늘봄 교사의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돌봄전담사 등 교사 업무 경감이나 학교의 행정 업무 분담을 위해 임시직 형태의 일자리를 통해 들어온 분들은 특별한 검증 절차(공무원 시험이나 행정 고사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여전히 잡음이 많고 이들의 파업 등을 계기로 오히려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물론 18일 자 뉴스를 보면 교총과 교육부가 초등 ‘늘봄학교’에 대해 ‘교내 분리모델’을 마련하기로 단체교섭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만큼 지켜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학교에 기대하는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교육인가, 보육인가, 늘 고민스럽다. 이 부총리는 “급변하는 교육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미래의 주인공으로 키우기 위한 선생님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했는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필자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모두 너도나도 다 선생님 소리를 듣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교권의 강화에 많은 학부모님과 사회원들이 한목소리를 내어주고 있다. 그 어느 때의 관심보다 많은 관심을 받는 듯하다. 이러한 관심이 모여 제발 교권이 살아나는 교사가 아닌 선생님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그런 날이 왔으면 한다.

신단아 울산 화암초등학교 교사